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사진)가 검찰이 몰수한 수백억원의 재산을 돌려주지 않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압박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4895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애초 검찰이 추징 보전한 2070억원에 대해 민사 가압류를 진행할 방침이었으나 행정 처리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대장동 일당에게 선수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 변호사 측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부장판사 윤원일)에 “검찰이 추징 보전을 해제하지 않으면 국가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 측 재산 반환 요청 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징 보전은 범죄 수익으로 의심되는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확정판결 전까지 동결하는 절차다. 검찰은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들의 재산 약 2070억원을 추징 보전했다. 이 중 남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 빌딩 등 500억원대 재산이 동결됐다.
검찰은 1심에서 남 변호사 1011억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6112억원, 정영학 회계사 646억원, 정민용 변호사 37억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8억5000만원 등 7814억원의 추징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김씨 428억원, 정 변호사 37억2200만원, 유 전 본부장 8억1000만원 등 473억원의 추징만 선고했다. 검찰 요청액의 6%에 불과하다. 게다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2·3심에서도 추징액을 높일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추징액이 ‘0원’으로 확정됐다.
민사 가압류 신청만이 대장동 일당의 반환 청구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 됐다. 대장동 일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성남시는 지난 11일 검찰이 확보한 추징보전액에 가압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신청하지 않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검찰에서 추징 보전한 재산 목록을 보내주지 않아 아직 가압류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성남시의 추징재산 목록 열람 신청이 들어온 게 없다”고 반박했다.
허란 기자/성남=정진욱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