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경기 안성시 미양면 한 유기견 보호소. 봉사복을 맞춰 입은 젊은 변호사가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유기견 50여 마리가 생활하는 공간을 꼼꼼히 돌며 배설물을 치우고, 50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전달했다. 이날 처음 봉사에 나선 안슬아 법무법인 대진 변호사(변호사시험 13회)는 “서면 작성에 지친 한 주의 피로가 유기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싹 가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동물권 보호를 목표로 출범한 변호사 단체 ‘영원’ 소속이다. 100여 명 규모로 구성된 영원은 이다영 변호사(13회)를 중심으로 변호사시험 9~14회 출신 20~30대 변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매달 봉사활동과 동물법 세미나를 개최하고, 유기견 보호소와 동물권 단체에 동물보호법 관련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재학 시절 친족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 동물권 단체 등에서 봉사활동하며 얻은 지식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지 고민해왔다”며 “그 결과 영원을 설립하게 됐다”고 단체 설립 배경을 밝혔다. 로스쿨 졸업 후 일반적인 로펌 변호사가 되는 길 대신 평소 관심을 가져온 동물권 분야 개선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설립된 지 1년도 안 됐지만 영원은 동물권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사용할 표준 입양계약서를 제작해 전국 300여 개 동물단체와 개인 구조자에게 배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영원이 만든 계약서는 현장에서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12일에는 동물권 단체들과 협력해 서울 논현동에서 허가 없이 동물을 판매하던 이른바 ‘불법 펫숍’을 신고해 폐쇄 조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원은 ‘동물도 법의 언어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관련 법제 마련을 위한 자체 세미나를 열어 현재까지 11회 진행했다.
이 변호사가 가장 시급한 목표로 꼽은 것은 ‘동물의 비물건화’를 명시한 민법 개정안 통과다. 그는 “동물이 더 이상 물건이 아니라는 법적 선언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이후 모든 동물 관련 법제의 기초가 될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동물의 지위가 향상되면 그것은 곧 사회적 약자 전반의 인권이 함께 신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성=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