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금투세 도입…코스피 5000 위해선 자제해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5-11-16 18:49
수정 2025-11-17 01:12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문제를 놓고 논쟁이 다시 뜨겁다. 일부 정책당국자와 국회의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세 원칙에 근거해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 주식 투자자는 현 정부가 친증시 정책으로 모처럼 우리 지수가 오르는 상황에 굳이 금투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금투세는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최대 관심사다. 모든 증시 정책에 대한 민감도(sensitivity test) 계수를 산출하면 금투세가 가장 높게 나온다. 통화 정책은 신트릴레마(금리·경기·부동산 간 상충) 때문에 완화 기조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재정정책은 국가채무 부담과 구축효과 우려 때문에 쉽지 않다.

금투세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를 총공급곡선(AS)과 총수요곡선(AD)을 이용해 분석해 보면, 폐지할 때는 총공급곡선이 우축(AS1→AS2)으로 이동해 성장률이 올라가고 물가가 떨어지는 골디락스가 발생한다. 반대로 도입할 때는 총공급곡선이 좌축(AS2→AS1)으로 이동해 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증시에만 한정해 금투세를 폐지하면 투자자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주식 투자 여력이 커지는 소득효과가 발생한다. 동시에 주식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이 높아지면 다른 시장에서 자금이 유입되는 대체효과가 발생한다. 두 효과를 합한 가격효과는 그 어느 수단보다 주가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시장별로 금투세 폐지에 따른 대체효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해 증시로 유입되는 효과가 가장 크게 나온다. 국민 재산 중심축(pivot)을 부동산에서 증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 정부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을 래퍼 곡선을 이용해 분석해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세율과 재정수입 간 관계를 나타내는 래퍼곡선상 우리나라는 두 변수가 역관계인 비표준 지대에 속해 있다. 이때는 금투세와 같은 세제를 감면해줘야 경제 의욕이 고취되면서 경기가 회복하고 재정수입이 늘어난다.

경제학은 ‘효율성(efficiency)’과 ‘공정성(equity)’을 추구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두 목표가 상충한다고 봤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두 목표는 얼마든지 조화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게임 관점에서 보면 전자는 노이만-내시식 이기적 게임, 후자는 섀플리-로스식 공생적 게임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국의 경제정책을 보면 전자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각광받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의 블루타이드 물결이 분배를 강조하는 좌파 성향의 핑크타이드 물결을 압도하는 것이 최근 각국 통수권자와 경제정책의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노믹스 2.0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는 코스피지수 5000 도달을 목표로 친증시 정책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해 오고 있다. 정부 출범 이후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50억원 유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 등 주로 감세 수단을 강구해 왔다. 하지만 증시와 관련한 감세 수단 중 가장 효과가 큰 ‘금투세 유예’를 다시 취소하고 도입을 결정하면 지금까지 추진한 친증시 정책의 효과가 반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주식 시장은 그 어느 시장보다 심리 요인과 전염 효과가 크다. 금투세 도입은 논의 초기에 싹을 잘라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