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산하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이 대극장 오페라 제작 노하우를 총동원해 베르디의 그랜드 오페라 ‘아이다’(사진)를 지난 14일 무대에 올렸다.
한국에서 베르디의 그랜드 오페라를 온전히 완성할 수 있는 공연장은 단연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었다. 전통적인 야외 공연에서 코끼리와 말이 등장하는 연출을 대신해 이번 공연에서는 합창단과 무용수를 포함한 200명에 달하는 출연진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그동안 세종문화회관의 높은 천장과 깊은 무대를 가득 울려야 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성량이 큰 성악가를 섭외하고 무대 바닥에 마이크를 설치해야 하는 등 여러 제약 속에서 작품을 완성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아이다’에서는 그동안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며 공연장이 지닌 규모 자체가 작품의 장대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자연스럽게 전환됐다.
무대의 막이 열리자 오페라에서 열악한 조건으로 여겨지던 대극장의 넓은 공간은 마치 마법처럼 나일강이 흐르는 고대 이집트로 변모했다. 무대디자이너 김현정이 구현한 이집트 신전과 거대한 석상들은 관객에게 전통적 그랜드 오페라 ‘아이다’의 미학을 온전히 체험하게 했다. 연출은 이회수가 맡았다. 최근 국내에서 무대화되는 베르디 오페라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공연에선 실력파 성악가들이 무대를 꾸몄다. 아이다 역의 소프라노 조선형은 ‘운명의 힘’에서 레오노레 역에서 보여준 리릭한 음색과 강인한 발성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표현력까지 갖춰 타이틀롤 ‘아이다’ 역을 소화했다. 라다메스 역을 노래한 테너 국윤종은 ‘운명의 힘’의 알바로, ‘일 트로바토레’의 만리코에 이어 이회수 연출의 베르디 오페라에서 세 번째 주역을 맡으며 한국 오페라계의 대표적 ‘베르디 오페라 전문 테너’로서 위상을 재확인했다.
경기필하모닉을 이끈 지휘자 김봉미는 안정된 템포와 균형 있는 관현악으로 전막을 견고하게 이끌었으나, 금관 중심의 강렬한 음향 효과와 베르디 특유의 극적 긴장을 형성하는 오케스트레이션에서는 때때로 반 박자 느린 인상을 남겼다. ‘개선행진곡’을 비롯한 주요 장면에서도 서사적 고조보다는 편안한 음향이 두드러져, 그랜드 오페라 특유의 폭발적 에너지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