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위 업체인 SK스토아를 인수할 우선협상자로 4050 전문 패션 e커머스 업체 라포랩스가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노리는 주요 고객이 겹쳐 시너지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모바일+홈쇼핑으로 시너지 ↑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스토아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라포랩스가 선정했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이 여럿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라포랩스가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스토아의 예상 매각가를 약 11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라포랩스는 4050 여성을 겨냥한 e커머스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위해 모바일 앱의 디자인도 단순화하고, 상품 구성도 4050이 즐겨 찾는 브랜드·스타일 위주로 구성했다. 퀸잇의 전체 사용자 가운데 40대 26%, 50대 48%, 60대 이상이 21%일 만큼 중장년층의 비중이 높다.
사용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앱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퀸잇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70만명으로 2022년 9월(157만명)에 비해 71.9% 늘었다. 패션 e커머스 앱 중에서는 에이블리(938만명), 무신사(703만명), 지그재그(409만명)에 이어 사용자 수 4위다. 1~3위 업체들이 주로 30대 이하를 겨냥한 점을 고려하면 4050 세대에선 퀸잇이 1위인 셈이다. 이런 인기 덕에 입점 브랜드 수도 2022년 700여 개에서 올해 8000여 개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4050에서 인기가 높은 퀸잇이 SK스토아와 합쳐지면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스토아 역시 주요 고객이 4050인 만큼 서로에게 필요한 판매 채널을 보완해줄 수 있어서다. 그동안 KT알파, 롯데홈쇼핑 등 7개 홈쇼핑 업체들도 퀸잇에 입점해 온라인 판매를 확대해왔다. 또 SK스토아의 방송·커머스 상품기획(MD) 역량, 라포랩스가 강점으로 가진 IT 개발 역량이 결합하면 운영 비용도 절감될 수 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퀸잇이 확보한 4050 세대의 쇼핑 패턴, 가격 민감도, 취향 등 관련 데이터가 홈쇼핑과 합쳐지면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며 "주요 홈쇼핑 업체들도 모바일 매출 비중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인수 성공해도 직원 융합은 숙제
관건은 인수 자금 확보다. 라포랩스는 외부 벤처캐피탈(VC) 투자로 600억원, 인수금융으로 300억원 가량을 조달한 뒤 나머지는 자체 자금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라포랩스는 인수자금을 포함해 약 1800억~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라포랩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314억원, 예적금 등 단기금융상품은 34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여유자금이 비교적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이미 VC를 통한 투자 유치도 상당 부분 진행돼 인수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두 회사의 '체급차이'가 지나치게 커 조직 통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스토아는 지난해 연매출 3023억원을 기록한 T커머스 1위 업체다. 반면 라포랩스는 지난해 매출이 711억원으로 SK스토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SK스토아 직원들의 반발도 문제다. 최근 SK스토아 노동조합은 SK텔레콤의 매각 결정에 반발하며 쟁의행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인수가 성사돼도 두 회사는 별도 운영될 것"이라며 "기존 SK스토아 구성원들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