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사 릴리, 에이비엘에 지분 투자

입력 2025-11-14 16:47
수정 2025-11-15 00:57
신약 개발 기업 에이비엘바이오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 일라이릴리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는다. 일라이릴리에 3조80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낸 추가 성과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일라이릴리를 대상으로 220억4245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발행 신주 수는 17만5089주, 신주 발행가는 주당 12만5900원이다. 일라이릴리의 투자금은 미국 경쟁당국에서 반독점 개선법 관련 행정절차가 완료된 뒤 납입된다. 이번에 발행되는 보통주는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1년간 보호예수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전략적 지분투자 사례”라며 “한국 바이오산업에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총 1위 제약사와의 연이은 협력 소식에 시장은 크게 반색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19.57% 오른 19만5500원으로 치솟아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일라이릴리로의 기술수출 발표 당시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가격제한폭(29.95%)까지 뛰었다.

이번 발표는 일라이릴리와 맺은 기술수출 계약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12일 일라이릴리에 계약금 4000만달러(약 585억원)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최대 25억6200만달러(약 3조7500억원)에 신약 개발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술수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두 회사는 기술수출뿐 아니라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투자금은 그랩바디 플랫폼과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회사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며 “일라이릴리와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랩바디-B 플랫폼은 당초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해 약물의 뇌혈관장벽(BBB) 통과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비만과 근육 질환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마운자로’를 앞세워 글로벌 비만약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라이릴리 역시 최근 근육 관련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송영찬/이민형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