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서울에 '부품구매 허브' 설립…"韓 전장 대거 탑재"

입력 2025-11-14 16:50
수정 2025-11-15 00:59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년 1월 서울에 ‘아시아 제조 구매 허브’를 설립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탄소섬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의 핵심 부품 및 구동 시스템을 삼성, LG, HS효성 등 국내 기업이 가장 잘한다는 이유에서다. 벤츠는 2027년까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등 40개 넘는 신차를 출시하며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韓 기술 안 들어간 벤츠 없어”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은 14일 인천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벤츠 미래 전략 콘퍼런스’를 열고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칼레니우스 회장은 “어제(13일) 핵심 파트너인 삼성과 LG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각 분야 최고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월드클래스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오디오·전자장치 자회사 하만은 벤츠의 럭셔리 전기차 EQS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키 등을 벤츠에 납품한다. LG는 벤츠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LG전자),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자율주행 센서(LG이노텍) 등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한국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벤츠 차량은 보기 힘들다”며 “한국의 혁신 생태계가 벤츠에 중요하다는 걸 감안해 내년 1월 서울에 아시아 제조 구매 허브를 짓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해선 “3~4년 뒤에 나올 얘기인 만큼 아직은 비밀”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벤츠 최고급 모델 마이바흐 전용 전시장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을 언급하며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마이바흐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운영사 HS효성의 조현상 부회장은 13일 칼레니우스 회장과 만나 배터리 소재, 탄소섬유, 자동차 내장재, 에어백, 타이어코드 등 자동차 핵심 소재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원프라이스 판매 방식 도입칼레니우스 회장은 2027년까지 브랜드 역사상 가장 많은 신차 40종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모두가 동경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전동화 기반 내연기관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옵션을 한국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해 역사상 가장 큰 기술·제품 출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벤츠는 곧 출시하는 ‘디 올 뉴 일렉트릭 GLC’ ‘디 올 뉴 일렉트릭 CLA’와 브랜드 미래를 상징하는 ‘콘셉트 AMG GT XX’ ‘비전 V’ 등 차량 4종을 이날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양산 예정인 GLC는 벤츠의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 MB.EA를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벤츠의 자체 개발 운영체제 MB.OS를 최초로 장착한 CLA는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로 선보인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내년부터 한국에 새로운 판매 방식인 ‘리테일 오브 더 퓨처’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벤츠가 직접 재고를 관리하기 때문에 어느 매장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게 핵심이다. 앞서 시작한 스웨덴, 영국, 인도 등 12개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