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고기·밥 순으로 먹으면 '혈당 스파이크' 예방

입력 2025-11-14 17:10
수정 2025-11-25 16:13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506만 명, 당뇨 전 단계는 1400만 명이다. 2000만 명에 육박하는 성인이 당뇨병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당뇨병은 심근경색, 만성콩팥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전 단계에서부터 생활 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당뇨병은 지난해 국내 사망 원인 7위인 질환이다. 암, 심·뇌혈관 질환처럼 생명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당뇨병연맹(IDF)은 매년 11월 14일을 ‘세계 당뇨병의 날’로 정했다. 익숙해져 간과하기 쉬운 당뇨병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과 관리 등을 돕기 위해서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량이 부족한 대사질환이다. 공복혈당이 126㎎/dL 이상이거나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일 때, 식후혈당이 200㎎/dL 이상이면 진단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심·뇌혈관 질환과 망막 질환,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국내 당뇨병 환자는 증가세다. 2012년 327만6000명이던 국내 당뇨병 환자는 10년 만인 2022년 506만6000명으로 늘었다. 당뇨병으로 향해가는 당뇨병 전 단계도 1400만 명 정도다. 김유미 인천힘찬종합병원 내분비내과장은 “당뇨병 전 단계는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높지만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당뇨병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매년 당뇨병 전 단계의 8% 정도가 당뇨병으로 발전한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3~5년 안에 25%가 당뇨병으로 이행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이 당뇨병 전 단계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공복혈당이 100~125㎎/dL이면 당뇨병 전 단계로 분류한다. 당화혈색소 5.7~6.4%, 식후혈당 140~199㎎/dL일 때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전 단계라면 체중부터 점검해야 한다. 국내 당뇨병 환자 절반 이상은 체질량지수(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 25 이상인 비만이다. 체질량지수 23~25인 과체중이라면 체중 5% 이상 감량을 목표로 삼는 게 좋다. 운동도 중요하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저항 운동)을 모두 해야 한다. 숨이 찰 정도의 중강도 이상인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150분 이상, 적어도 3일 이상 해야 한다. 근력운동은 매주 두 번 이상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틀 넘게 운동을 쉬지 않는 게 좋다.

매일 7~8시간 충분히 잠을 자는 것도 필수다. 잠이 부족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커질 수 있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도 인슐린 작용을 방해한다. 식사할 땐 음식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채소부터 섭취한 뒤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먹는 게 좋다. 포만감이 빨리 느껴져 식사량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 채소와 단백질이 먼저 소화되면서 탄수화물 흡수 속도도 늦춰준다. 이때 당에 반응하는 인슐린이 천천히 분비돼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할 수 있다. 흰쌀밥, 떡, 빵 등 정제된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통곡물, 잡곡밥, 해조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으로 대체해야 한다. 최근엔 24시간 혈당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연속혈당측정기가 폭넓게 활용돼 혈당 수치를 체크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기기를 활용하면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과장은 “극심한 갈증, 소변량 증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당뇨병 신호일 수 있다”며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