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사건을 무마해 달라고 부탁해도 자신에 대한 형사 수사가 이뤄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면담강요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면담강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 씨(23)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공군 정비병으로 근무하던 2022년 5월께 후임병들을 네 차례 강제 집합시켰다. 그는 이 일로 징계를 받을 것을 우려해 피해자에게 연락해 사건을 무마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가법은 자신이나 타인의 형사 사건 수사·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요구하거나 위력을 행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피해 후임병 중 한 명이 강제 집합 사실을 제보해 주임원사가 이를 알게 되자 제보자에게 “그걸 왜 주임원사님에게 찌른 거야”,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추궁하며 제보 내용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피해자의 아버지가 군사경찰에 신고하면서 그해 7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쟁점은 수사·재판 절차가 개시되기 전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한 경우에도 면담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수사 개시 전이라도 신고 무마 목적의 위력 행사는 처벌 대상”이라며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통화 당시 피해자는 상관에게 제보했을 뿐 군사경찰에 신고한 사실은 없고, A씨도 징계 가능성은 우려했지만 정식 형사 수사가 개시될 것을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면담강요죄를 적용하러면 수사·재판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어야 하고 위력 행사의 고의도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