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을 떠나는 모든 사람에게 부과하는 출국세를 대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1인당 1000엔인 출국세를 최소 3배, 좌석 등급에 따라서는 최대 5배까지 인상해, 늘어난 세수를 혼잡 완화와 지역 인프라 개선 등 대책 재원으로 활용하겠단 구상이다.
14일 NHK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 내 관광입국 조사회는 전날 회의에서 교토, 후지산 인근, 도쿄 도심 등 인기 관광지에서 교통 혼잡, 소음, 쓰레기 문제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오버투어리즘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현재 1000엔인 출국세를 먼저 모든 승객에게 3000엔으로 올리고, 비즈니스 클래스와 퍼스트 클래스 승객에 대해서는 5000엔까지 더 올리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이 그대로 도입되면 일반석 승객의 출국세 부담은 지금의 3배, 상위 클래스 승객은 최대 5배까지 늘어난다.
출국세의 공식 명칭은 국제관광여객세로, 국적과 관계없이 항공기나 선박으로 일본을 떠나는 모든 사람에게 일괄 부과된다. 승객이 공항에서 별도로 납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항공·선박 요금에 자동으로 포함돼 청구되며, 도입 이후 외국인 방문객 증가에 힘입어 세수도 꾸준히 늘어 2024회계연도에는 약 520억엔대였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세수가 현재 500억엔대에서 많게는 2000억엔 안팎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증가분을 혼잡 완화 시설 확충, 관광지 환경 정비, 방문객 분산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출국세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본 국민에게도 똑같이 부과된다. 엔저와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미 해외여행 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세금 인상이 일본인의 해외여행 수요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일본 정부는 출국세 인상과 동시에 일본 국민의 체감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하기 위한 보완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여권을 새로 발급하거나 갱신할 때 내야 하는 여권 발급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연말까지 출국세 인상 폭과 적용 시점, 좌석 등급별 차등 구조, 여권 수수료 인하 범위 등을 놓고 조율을 진행한 뒤 내년도 세제 개정안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