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근정전 한창 설명 중 갑자기 어좌에 '털썩'"

입력 2025-11-14 10:53
수정 2025-11-14 11:39

김건희 여사가 경복궁 근정전의 어좌(御座)에 앉은 경위와 관련해 당시 동행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돌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진술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전날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 말미에 김 여사와 함께 2023년 9월 12일 경복궁 근정전을 방문한 이유를 물었다. 이 전 위원장은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맞이 행사를 앞두고 동선을 점검하는 자리였으며 문화재 전문가인 자신이 설명을 담당했다고 진술했다.

김 여사가 근정전 내부에 있는 어좌에 앉은 경위를 특검팀이 묻자 이 전 위원장은 "설명을 한창 하고 있는데 계단을 오르더니 털썩 앉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는 최응천 전 국가유산청장과 경호 요원 등 여러 명이 있었다고 한다.

김 여사가 어좌에 앉은 사실은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특검팀은 이 전 위원장이 김 여사와 친분을 형성해 인사를 청탁하기까지 과정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질문했을 뿐, 김 여사의 해당 사안의 범죄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초기 김 여사 측에 금거북이와 한지 복주머니 액자 등을 건네고 국가교육위원장 임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4월 12일 은평구 진관사에서 김 여사에게 인사 관련 자료를 건넸으며, 같은 달 26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금거북이를 줬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그해 6월에는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을 기술한 문서까지 건넸다고 의심한다. 이 전 위원장은 석달 뒤인 9월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특검팀은 이듬해 이 전 위원장이 조선 후기 문인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 복제품을 김 여사에게 건넨 정황도 포착해 공직 임명에 대한 답례 차원인지 살펴보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2022년 3월 말 대선 당선 축하 선물로 금거북이를 건넸을 뿐 인사 청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이 선물에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 전 위원장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