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4일 10: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은행채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오를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은 회사채 발행 규모를 줄이거나 미루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AAA급 은행채 금리는 불과 한 달 전보다 약 0.2%포인트(20bp) 오른 수준에서 발행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하나금융지주는 3년물을 2.773%에 조달했지만, 우리은행(1500억)과 신한은행(1000억)이 지난 13일 발행한 3년물 금리는 3.08%로 약 0.227%포인트 높아졌다.
지난주 한국전력(AAA)이 발행한 회사채도 수요예측에서 3년물을 민평금리 대비 0.147%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확정되면서 채권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은행채·한전채의 발행금리 상승은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KT(AAA)는 이달 최대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으나 금리 부담을 이유로 2000억원으로 축소했다. 한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는 “이 수준의 금리로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기 어렵다”며 “시장금리가 더 오르면 발행을 연기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는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으로 위축되고 있다. 국고채 3년 민평금리는 약 3주 만에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주택시장 과열과 한미 관세 협상, 환율 급등, 성장률 전망치 상향 등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도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 총재의 지난 12일 발언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총재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은의 공식적인 통화정책 경로는 인하 사이클”이라며 “그러나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 혹은 방향 전환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채권 운용 관계자는 “결국 금리인상도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채권 리테일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1조1237억 원이 순유출됐다. 설정액은 112조2388억 원에서 111조1151억 원으로 줄며 1% 이상 감소했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1600억원 수준이던 한 회사채 액티브 ETF가 반년 만에 5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팔랐지만, 최근 들어서는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