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4일 09: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용의료기기 업체 클래시스가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병원을 상대로 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넘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행보다. 에이피알이 주도하던 뷰티 홈 디바이스 시장엔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클래시스는 '진짜 기술력'을 무기로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클래시스는 홈 뷰티 디바이스 '슈링크홈 리프트글로우'를 이달 말 정식으로 선보인다. 이날부터 자사몰인 '슈링크홈'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병원에 미용의료기기를 납품하던 클래시스가 슈링크 브랜드를 앞세워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가정용 시장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슈링크홈 리프트글로우는 슈링크의 기술력을 활용해 클래시스가 직접 개발한 제품이다.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를 통해 피부 탄력과 주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병원에서만 시술이 가능한 기존 슈링크의 기술을 그대로 담은 대신 강도를 낮춰 집에서도 스스로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클래시스는 홈 뷰티 디바이스를 통해 '비트윈 케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6개월 간격으로 병원에서 슈링크 시술을 받는 소비자들 중 집에서도 홈 뷰티 디바이스를 활용해 피부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이 주요 타깃이다. 이런 수요를 잡으면 홈 뷰티 디바이스를 출시해도 병원을 찾아 슈링크를 시술하는 수요는 그대로 유지돼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우려도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업계에선 클래시스의 진격으로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판도가 뒤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뷰티기업 에이피알이 이끌고 있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에이피알은 2021년 홈 뷰티 디바이스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사세를 키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사장해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는 데도 홈 뷰티 디바이스가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에이피알의 기술력에 대해선 늘 물음표가 뒤따랐다. 에이피알 역시 자체 연구개발 능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 미용의료기기와 비교하면 기술력과 체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다. 병원용 미용의료기기를 만들던 클래시스가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에이피알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피알은 지난 6일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139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558억원)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는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선 고평가 논란이 이어졌다. 한때 10조원을 돌파했던 시가총액도 7조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클래시스는 에이피알이 장악하던 B2C 시장 침투에 성공하면 가파른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래시스는 최근 남미 최대 미용 의료기기 유통그룹인 JL헬스를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클래시스는 올 상반기 16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091억원) 대비 47.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7억원) 41.8% 늘었다. 베인캐피탈이 클래시스 경영권을 인수하던 해인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