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 지역 고객사를 대상으로 3조7620억원어치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시름하던 LG화학의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이번 공시에서 공급 지역만 미국으로 명시하고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배터리 직접 제조 역량 강화에 나선 테슬라 혹은 파나소닉 등 일본계 회사로 추정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이달 15일부터 2029년 7월 31일까지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해당 물량이 양극재 10만t, 전기차 76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고 추산한다.
LG화학은 연간 15만t 규모 양극재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청주공장에서 연 6만t, 구미공장에서 연 4만t의 양극재를 생산 중이며, 해외에서는 중국 우시공장에서 연 5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 미국 지역에 공급할 물량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할 예정이다.
LG화학 양극재는 미국으로 넘어가 현지에서 배터리 제조에 쓰일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전기차 제조사들이 북미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국내 소재 기업이 본격적으로 수혜를 누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의 이번 공급 계약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터진 ‘잭팟’이다. LG화학은 지난해 2월 제너럴모터스(GM)와 25조원 규모 양극재 95만t(전기차 500만 대 분량)을 8년간 공급하는 중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의 실적도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올 3분기 LG화학은 매출 11조1962억원, 영업이익 67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1.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6.4% 증가했다.
LG화학의 내년 전망도 밝다. 도요타 북미 법인과 2023년 계약을 체결한 2조9000억원 규모 양극재 납품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LG화학이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들과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