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인데, 가격 안내려가…송파·동작·용산 '집값 고원현상'

입력 2025-11-13 18:01
수정 2025-11-24 16:03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은 거의 없습니다. 조금만 싸게 내놔도 금방 팔리니까 수요는 많다는 걸 아는 거죠.”(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A공인 관계자)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동구 아파트값은 이번주(10일 기준) 0.37% 올랐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 주간 상승률 1.25%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주(0.29%)보다는 오름폭이 커졌다.

정부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집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고원 현상’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 등으로 매매를 막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 속에 공급 확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구청에 토지거래허가 신청 쌓여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시행 후 29일(10월 16일~11월 12일) 동안 등록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508건으로 직전 29일(1만636건)보다 76%(8128건) 줄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난달 20일부터는 784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송파(329건), 강남(144건), 서초(77건) 등 강남 3구를 제외하면 234건에 불과하다. 대출 축소와 2년 실거주 요건으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차단돼 매매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 가기도 힘들어지면서 매물도 줄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2893개다. 지난달 15일 7만4044개에서 한 달 만에 15%(1만1151개) 줄었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점도 거래 급감 요인이다. 서울 각 구가 접수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3306건에 이른다. 노원(268건), 성북(231건), 강서(212건), 서대문(171건), 은평(161건)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자치구가 상위를 차지했다. 노원구 하계동 B공인 관계자는 “소형 면적 위주로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가구 수가 많아 다른 자치구보다 매물이 많다 보니 집값 상승은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노원(0.01%), 강북(0.01%), 금천(0.02%), 중랑(0.02%) 등 서울 외곽은 이번주에도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반면 송파(0.47%), 동작(0.38%), 용산(0.31%), 양천(0.27%), 마포(0.23%)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이 낮은 곳에서 거래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가격 상승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리 등 비규제 지역 상승세이번주 경기권에선 규제 지역인 성남 분당(0.58%), 과천(0.40%), 하남(0.36%) 등과 함께 비규제 지역인 구리(0.33%), 용인 기흥(0.30%), 화성(0.25%), 안양 만안(0.22%) 등에서 집값이 많이 올랐다. 구리 인창동 C공인 관계자는 “서울 강동과 하남에서 넘어오는 매수자가 늘고 있다”며 “전·월세 물건도 없어 호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구리에선 교문동 ‘금호베스트빌1’ 전용면적 59㎡가 지난 7일 8억3500만원에 손바뀜하는 등 신고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와 같은 0.15%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으로 2.62% 올랐다. 이달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4321가구) 등 서울에서 8852가구가 집들이하지만,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공급 대책과 실수요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공급 확대와 함께 실수요자가 거래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주형/임근호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