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나이테 간격, 꾸준한 조율…'명품 바이올린'의 첫걸음

입력 2025-11-13 16:39
수정 2025-11-14 02:23

아무리 좋은 명검도 갈지 않으면 무딘 날붙이에 불과하다. 바이올린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연주자를 만나 꽃피우기 위해선 올바른 관리가 필요하다. 이탈리아에서 악기 공방을 운영하는 홍성희 장인과 영국 공방 관리자인 이은주 장인을 함께 만나 명기의 조건과 관리법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로데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서리풀 K스트링 페어’에 참석했다.

홍 장인은 크레모나 국립 현악기 제작학교를 졸업해 이탈리아에서 현지 음악가들과 일하고 있는 현악기 제작·수리자다. 그는 20대 초반 ‘악기의 도시’인 크레모나로 건너가 악기 제작법을 배웠다. 이 장인은 영국 런던 왕립음악대학 박물관에서 악기 복원을 담당했다. 영국 브라이턴에서 악기 제작과 복원을 겸하는 공방도 운영하고 있다.

바이올린의 핵심은 앞판과 뒤판이다. 두 판은 재질이 다르다. 바이올린의 현을 마주 보는 앞판은 소리가 바깥으로 뻗어 나오는 역할이다. 뒤판은 바이올린 전체의 형태를 잡아준다. 홍 장인은 “뒤판이 얇으면서도 단단한 재질이라면 앞판은 조금 더 무르다”며 “소리를 빠르게 전달하는 게 앞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적당한 나이테 간격을 찾아야 한다’는 조건은 크레모나가 악기의 도시가 되는 데 일조했다. 크레모나는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돌로미티산맥과 가깝다. 이 산맥의 고도 1500~1900m에서 자란 가문비나무는 현악기 최적의 재료로 여겨진다. 더 높은 곳에서 자란 나무는 나이테 간격이 좁아 소리가 쟁쟁거리고, 더 낮은 곳에서 자란 나무는 간격이 넓어 소리가 힘없이 퍼진단다.

이 장인은 “배나무처럼 과거에 잘 안 쓰이던 나무나 지역별 고유의 나무를 쓰는 등 새로움을 찾는 게 요새 악기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어떤 악기를 다루더라도 중요한 건 꾸준한 보살핌이라고. 이 장인은 “바이올린을 오래 잘 쓰기 위해선 장인들과 소통하면서 현의 높이, 브리지(앞판 한가운데에서 현의 진동을 몸체에 전하는 부품) 모양 등을 자신의 연주에 맞는 상태로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