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전기차 판매가 올해 국내에서 폭스바겐코리아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전동화 전환에 힘을 받는 모양새다.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링 전기차 ID·4는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판매량에 힘을 실었다.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폭스바겐 전기차 ID·4는 지난달 판매량 0대를 기록했다. 한 대도 팔지 못한 이유는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예상 밖으로 국내 수요가 넘쳐서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ID·4의 초도 물량이 이미 완판이 됐다. 추가 물량이 11월 입고 예정"이라며 "ID·4가 글로벌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ID·4는 올해 1~10월 국내에서 총 1523대 팔렸다. 또 다른 국내 판매 전기차 ID·5는 같은 기간 764대가 팔렸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 국내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틀라스, 준대형 SUV 투아렉, 준중형 해치백 골프와 골프GTI와 함께 전기차 라인업 ID·4, ID·5를 판매하고 있다. 전체 라인업 6개 중 단 2개 모델이 순수 전기차인데, 판매 비중으로 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의 폭스바겐코리아 판매량 총 4048대 가운데 전기차 ID·4, ID·5가 2287대 팔려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었다(약 56.5%). 한때 '디젤 게이트'로 고전했던 폭스바겐이 전동화 전환에 있어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ID·4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2025년형 ID·4는 수입 전기차 최대 수준인 422만원의 국고 보조금이 지원됐다. 또 폭스바겐코리아 자체적으로도 1000만원 수준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공을 들였다.
폭스바겐 전기차는 글로벌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외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PHEV 포함)는 총 554만5000대로 전년 대비 28% 늘었다. 폭스바겐이 전년 동기 대비 67.4% 증가한 91만대를 팔아 테슬라(78만5000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제이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전년 대비 78% 증가한 13만5427대를 판매하며 1위에 올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전기 모델은 ID.4, ID.5뿐인데, 라인업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럽에서는 해치백 ID·3을 포함, 준대형 세단 ID·7, 왜건 ID·7 투어러, 준대형 레저용 차량(RV) ID·버즈 등 다양한 전기차가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정에 맞는 전기차 모델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전동화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