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찾지 마세요"…2030 '오픈런'에 난리난 부산, 왜? [지스타 2025]

입력 2025-11-13 14:23
수정 2025-11-13 14:37

13일 오전 지스타 2025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앞. 국내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답게 막을 올리기 직전부터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다. 수백 미터에 이르는 입장 대기줄에는 게임 팬과 업계 관계자들이 뒤섞여 있었고, 오전 추운 날씨에도 행사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서울에서 온 30대 직장인 김모(32)씨는 “올해 규모가 예년보다 훨씬 크다는 얘길 듣고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며 “입장 대기 중에도 설렘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올해 지스타는 44개국 1273개사, 3269부스 규모로 역대 최대로 열렸다. B2C관은 신작 게임 체험과 관람객 이벤트 중심으로, B2B 관은 글로벌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의 비즈니스 상담존으로 나뉘었다. 특히 글로벌 메이저사들의 참가는 현장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전시장 내부로 들어서자 메인 스폰서인 엔씨소프트 부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B2C관에 마련된 약 300부스 규모의 대형 공간은 중앙의 돔형 파노라마 상영관과 양쪽의 시연존으로 구성됐고, 시연대 앞에는 이미 체험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줄이 형성돼 있었다.

이날 오후 1시께 만난 대학생 박모(24)씨는 “조금 늦게 왔더니 체험 대기를 위해서 최소 네 시간을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지만 기대해 온 신작인만큼 꼭 현장에서 체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엔씨 신작 아이온2와 신더시티를 체험하기 위해 부스에 방문한 관람객 중 일부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체험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학생들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대형게임 뿐 아니라 인디게임 부스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부산 동래구에서 지스타 행사장을 찾은 백 모군(17)은 “인디게임인 '산나비'를 직접 체험하고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해서 왔다”면서 “화려한 액션과 그래픽을 보이는 대형게임만큼 인디게임도 독창성과 개성이 있어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시민 50대 김모씨는 “부산 인구가 줄고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지스타는 부산에서 가장 공들여야 할 축제 중 하나”라면서 “젊은 세대들이 부산을 찾아 모처럼 활기가 도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현장 관람객들의 최대 관심사는 신작 MMORPG와 최신 하드웨어 체험이었다. 오전부터 전시장 곳곳에서 고성능 모니터, 그래픽 카드,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이 시연되는 장면이 이어졌고, 참가사들은 하드웨어 제휴를 강조하며 다양한 체험 이벤트를 진행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 게임사가 기술기업으로서의 존재감까지 동시에 보여주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 시연존 앞에는 “PC & 모바일 버전 모두 체험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30대 관람객 조모(30)씨는 “신작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제대로 준비했다’는 홍보 문구가 마음에 든다”며 “실제로 체험 화면이 부드럽다”고 평했다. 크래프톤의 팰월드 모바일도 이날 오전부터 붐볐다.

입장 대기 줄이 오후에도 이어지면서 행사장 외부 야외부스와 포토존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다. 체험 후 SNS 인증샷을 올리는 방문객에게 음료가 제공되고, 특정 시연을 완료한 뒤에는 마우스 장패드나 보조배터리 등 경품이 지급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관람객의 체험을 ‘즉시 보상’으로 연결해 현장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면서 "게임도 즐기면서 상품까지 받을 수 있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