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는 일라이릴리와 약 3.8조원 규모 뇌투과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복수의 비공개 타깃 후보물질을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된 부분을 주목해보고자 한다.
일라이릴리의 현재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들을 살펴보면 도나네맙(키순라), 렘터네터그와 같은 뇌투과 셔틀이 적용되지 않은 항체 2개 및 siRNA(작은간섭 RNA), ASO 유전자치료제 3개 물질의 적용 가능성이 높다.
저분자 화합물은 분자의 크기가 작아 뇌투과 셔틀이 불필요하고 AAV 기반 바이러스 치료제들은 캡시드라는 전달 플랫폼을 통해 뇌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총 5개의 파이프라인이 후보군에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이 어떤 파이프라인을 포함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릴리가 여러 기전의 치료제를 보유한 만큼 에이비엘바이오와 또 다른 빅파마 혹은 기존 계약사와의 확대 계약 가능성도 있다.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 누적으로 알츠하이머가 발생된다는 가설하에 많은 치료제들이 개발되었다. 바이오젠의 에듀헬름, 레카네맙과 릴리의 도나네맙이 승인받은 이력이 있지만 아직 높고 치명적인 부작용, 낮은 효과 등이 한계로 남아 있다.
그러나 로슈 실패작 간테네루맙이 TfR 타깃 뇌투과 셔틀을 달고 ‘트론티네맙’으로 명명된 후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됐다. 도나네맙(키순라)이나 레카네맙(레켐비)은 센틸로이드(CL: 아밀로이드 플라크 단위) 24 이하 정상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12개월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간테네루맙은 트론티네맙으로 뇌투과 셔틀만 붙였는데 3개월 만에 91% 이상 정상 도달 및 28주 만에 CL 수치 -99를 달성했다.
또한 릴리의 도나네맙(키순라)은 현존하는 아밀로이드-베타 타깃 항체 치료제 중 부작용이 가장 높다. 사망 1.9%, 치료중단 13.1%, 심각한 부작용 17.4%로 경쟁약물인 바이오젠의 레카네맙(레켐비) 0.7%, 6.9%, 14.0% 대비해도 높은 수준이다. 두 제품은 모두 뇌투과 셔틀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들이다.
그에 반해 뇌투과 셔틀이 적용된 로슈 트론티네맙은 사망 0%, 치료중단 5.3%, 심각한 부작용 5.3%로 릴리 도나네맙(키순라), 바이오젠 레카네맙(레켐비) 대비 굉장히 우수한 내약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ARIA-H, ARIA-A 같은 뇌부종 또는 뇌출혈 부작용 발생 비율 또한 3% 미만으로 완전한 우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뇌투과 셔틀이 퇴행성 뇌질환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음을 시사하고 사노피, GSK, 릴리의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납득하게 한다.
퇴행성 뇌질환 관련 딜은 2018년 드날리테라퓨틱스 이후 2024년부터 본격화됐다. 노바티스, 릴리, 로슈, BMS, 사노피, GSK, 아스텔라스, 애브비 등 다수 빅파마가 참전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딜을 체결한 기업이 바로 에이비엘바이오다.
최상위 수준의 딜 규모, 파트너사 수 및 딜 체결 수 등 모두 에이비엘바이오가 가장 압도적인 상황이다. 과거 드날리는 바이오젠, 다케다 및 사노피 계약으로 총 계약규모 5.2조원 달성 후 2020년 12월 22일 기준 시가총액이 10조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무려 약 15.6조원까지 기업가치가 오른 이력이 있다.
그에 반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금까지 사노피 1.3조원, GSK 4.1조원 및 릴리 3.8조원 규모로 계약을 체결해 총 9.2조원 계약규모를 달성했다. 앞으로도 뇌투과 셔틀의 기술이전이 추가될 전망이며 사노피 임상 1상 결과로 안전성까지 확보된 상황이다. 아직 시가총액 업사이드는 드날리 이상의 시가총액 달성도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4분기 중으로 사노피 ABL301 파킨슨병 치료제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임상 2상 진입 및 6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 유입, 내년 1분기 컴패스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중인 ABL001(DLL4 x VEGF) 담도암 치료제 임상 2/3상 OS, PFS 결과 발표 및 FDA 가속승인 신청 그리고 승인까지 예상된다.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던 ABL104(4-1BB x EGFR), ABL105(4-1BB x HER2) 이중항체 임상이 순항 중이며 내년 기술이전을 목표하고 있다. 뇌투과 셔틀뿐만 아니라 항암제에서의 성과도 이어질 것이다. 2025년 하반기 최선호주에 이어 2026년 여전히 최선호주로 추천한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25 상반기 제약바이오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