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전재산 달렸는데…10·15대책 구제안 미루는 안일행정

입력 2025-11-13 13:45
수정 2025-11-13 21:05


‘10·15주택시장 안정화대책’ 이후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 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수도권 상당수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후속 지침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던 목동과 여의도에서 재건축 아파트 매매를 앞두고 있던 조합원들은 계약의 유효성 여부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매매 약정서를 먼저 쓰고, 나중에 구청에서 거래 허가받은 뒤 정식 계약을 맺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절차다.

정부는 규제 발표전 일반적인 매매계약에 대해서는 구제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가계약 형태인 매매 약정서가 같은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국토교통부는 구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관련 지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식적인 발표를 미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책의 정교함도 불편을 겪는 시민들에 대한 배려도 부족한 행정이라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관련학과 교수는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는 게 불가피했다면 발표 단계부터 예상되는 피해와 불편에 대해 보완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이라며 “개개인에게는 거의 전 재산이 달린 문제에 한 달 동안 결론을 내주지 않는 것도 행정 편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일시적 2주택자로서 3년 내 기존주택 처분을 계획하고 있던 수요자들을 비롯해 곳곳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존 세입자가 나가지 않아 집을 제때 팔지 못하게 되면 천만원 가량이었던 세금이 수억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8년 등록 임대를 마치고 주택 처분을 준비하고 있던 임대사업자들도 집을 팔지 못해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청약시장도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잔금뿐 아니라 중도금과 이주비에도 40%의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주택공급 방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으로 국토부와 금융위원회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결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보완이 된다고 해도 이미 상당수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조합들은 일정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입임대 시장 역시 초토화 분위기다. 이번 대책에 따라 서울과 경기도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신규 매입임대사업자는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다주택자의 투기를 겨냥한 것이지만 기관은 예외로 할지에 대해서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고 있다. 투자를 고민하던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그 사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임대업계 관계자는 “언제 어떻게 규제받을지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에 투자하려는 기관이 있는게 더 이상하다”며 “월세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다양한 임대주택이 확보되지 않으면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