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생가 복원 및 기념공간 조성 건의안’을 발의했던 김덕현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이 논란 확산을 이유로 스스로 안건을 철회하기로 했다. 건의안이 공개된 뒤 “대통령에 대한 과한 충성 경쟁 아니냐”, “관할도 아닌 서울 구의회가 안동 일에 왜 나서느냐”는 비판이 잇따르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상임위 통과 이틀 만에 “본회의 상정 막겠다”
13일 서대문구의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의도치 않게 논란이 커지고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듣게 돼 송구스럽다”며 “자칫 대통령실에까지 부담이 될 수 있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도록 건의안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북 안동 출신인 김 위원장은 제310회 서대문구의회 2차 정례회에서 이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안동에 새로운 관광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다”며 “서울의 구의원이지만 고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다”는 취지로 건의안 제안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의안에는 “이재명 대통령 생가 복원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고, 기념공간을 조성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을 것”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특정 인물에 대한 아부가 아니라 지역 소외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자발적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문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의안은 지난 11일 소관 상임위인 의회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다수인 서대문구의회 구도상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통과 가능성이 높은 안건으로 분류됐지만, 외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김 위원장이 스스로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처리 절차는 중단될 전망이다. “안동 일을 왜 서울 구의회가”…지방자치 침해·충성 경쟁 논란
이번 건의안은 처음부터 “생가가 위치한 경북 안동시도 아닌 서울 서대문구의회가 중앙정부에 복원을 건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안동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는 각 지자체가 지역 현안을 스스로 결정하는 제도인데, 다른 지자체가 안동의 문화사업을 들먹이는 것은 자치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왔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한 ‘충성 경쟁’의 한 장면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일부 야권 구의원들은 “대통령 생가 복원 건의안은 결국 여당 기반 지역에서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정치적 제스처 아니냐”며 “지역 현안보다 중앙 정치에 눈치를 보는 구의회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안동 출신으로서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한 개인적인 마음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향후에는 구민 생활과 직결된 서대문구 현안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건의안 철회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지방의회가 관할 밖 정치 이슈에 얼마나 관여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