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미·중 정상회담으로 잠시 숨을 고른 희토류 전쟁. 겉보기 휴전 뒤에도 긴장은 여전히 날카롭다. AI, 전기차, 첨단 무기 산업의 심장은 여전히 중국 희토류에 의존한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광산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고 생산 가격까지 보장하는 전례 없는 ‘산업 방어선’을 구축했다. F-35 전투기에서 스마트폰까지 희토류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산업 구조 속에서 자원 자립은 곧 국가안보의 문제다.
희토류는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경제성이 있는 농도는 극히 제한적이다. 순수 금속을 얻으려면 막대한 광석 채굴과 복잡한 화학 분리, 환경 문제를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
많은 국가가 이를 꺼리는 사이 중국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희토류 시장은 사실상 중국이 주도한다. 흔하지만 손에 넣기 어려운, 이것이 바로 ‘희토류의 역설’이다.
Q1. 희토류는 왜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됐나?
AI, 전기차, 첨단 무기, 반도체산업의 거의 모든 핵심 부품에 희토류가 들어간다.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없는 전기모터, 사마륨 없는 미사일 유도 장치는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미국이 원광 채굴 능력은 갖췄지만 이를 정제해 산업용 소재로 바꾸는 역량은 중국에 압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매장량 4400만 톤(49%), 생산량 69.2%를 차지한다.
미국 내 유일 상업 생산 광산인 MP머티리얼스조차 정제 단계는 중국에서 진행해왔다. 희토류는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미국 산업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심장’이다. 바이든·트럼프 행정부 모두 이를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며 에너지 안보 시대 이후 새 패권 시험대로 삼고 있다.
Q2. 중국은 어떻게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했나?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1960년대 이후 중국은 기술 습득과 풍부한 매장량을 결합해 산업을 키웠다. 1980년대 중반 중국은 미국을 제쳐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됐지만 난립과 과잉 생산으로 환경 문제와 비효율이 심했다.
1991년 중국 정부가 희토류를 전략적 자원 으로 지정하고 외국 자본 출입을 제한하며 국내 기업을 국영화하는 ‘5+1 캠페인’을 추진했다. 수출 할당제와 산업 규제를 통해 공급과 가격을 통제하며 2021년 ‘중국희토그룹’이 출범해 사실상 세계 공급망을 장악했다.
덩샤오핑은 “중동엔 석유가,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하며 막대한 환경 피해를 감수하고 생산을 확대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약 70%, 40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며 미국·일본 대비 기술 우위도 확보했다.
주요국 대비 낮은 원자재 가격과 정부 보조금이 결합해 호주보다 25~30%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2025년 10월 중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제품에 대해 수출 허가 대상과 해외 기술 포함 제품 통제를 강화했으나 미·중 협상으로 2026년 11월까지 시행이 연기됐다.
Q3. 트럼프는 왜 ‘광산 국유화’ 카드를 꺼냈나?
2025년 7월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MP머티리얼스와 10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에 대해 kg당 110달러의 가격하한제를 보장했다. 민간에 맡기던 전략을 접고 연방정부가 직접 핵심 광산 기업의 주요주주로 들어선 것으로 사실상 국가가 생산량과 판매가격을 조정하는 구조다.
불칸엘리먼츠, 리엘리먼트 등 정제·재활용 기업에도 연방정부 지분투자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오바마 핵심광물 전략, 트럼프 1기 행정명령 13817, 바이든 IRA까지 이어지는 초당적 자원 안보 정책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약 90%를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은 기술 주권 보호와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직접 개입을 선택했다.
MP머티리얼스에 대한 국방부의 최대주주 참여와 최저가격 보장은 단순 투자보다 전략적 방어선 구축으로 해석되며 ‘시장보다 안보 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이 반영됐다. 이를 통해 미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자원의 주권 회복을 위한 현실적 실험에 나선 셈이다.
Q4. 중국이 ‘희토류 밸브’를 잠그면 미국은 얼마나 버틸 수 있나?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봉쇄하면 F-35 전투기 1대당 약 420kg, 전기차 1대당 1~2kg 자석 등 산업 전반에 직격탄이 된다. AI 서버와 반도체산업도 희토류에 강하게 의존한다.
애플은 아이폰, 맥북 등 다양한 제품의 핵심 부품인 희토류 자석을 생산하기 위해 미국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와 약 5억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은 원광 38%, 정제 84%, 자석 제조 92%를 장악했다. 공급 차단 시 미국 무기체계의 78%, 특히 해군 무기 91%가 직접 영향을 받는다.
과거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으로 가격이 40~50% 급등한 사례는 미국 산업 취약성을 보여줬다. 에너지부는 대체 공급망 구축에 최소 5~10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Q5. 희토류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미국과 중국 간 희토류 경쟁 속에서 올해 들어 관련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 MP머티리얼스는 올해 4~5배 상승했고 USA레어어스는 10월에만 18% 이상 올랐다. 미 국방부 지분 참여와 가격 보장, 장기 구매 계약으로 사실상 ‘정부 보험’을 확보한 기업이 주목받는다.
한국 관련주는 유니온, 유니온머티리얼, 동국알앤에스, 티플랙스가 원자재 추출·가공 분야에 속하고 노바텍, 포스코그룹, LS에코에너지는 가공·공급망 설계에서 장기적 수혜가 기대된다. JP모간체이스는 10년간 약 1조5000억 달러를 미국 안보 관련 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희토류 기업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채굴주나 정제기업은 수출 통제 리스크에 여전히 노출돼 변동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일 광산주 집중 투자를 경계하며 기술·재활용 기업, 공공?민간 프로젝트, ETF 등 다층적 포트폴리오 접근을 권고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 시장의 ‘진짜 승자’는 자원을 캐는 기업보다 공급망을 설계하고 정책적 지원을 받는 기업과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는 미·중 무역 긴장이 일시적 휴전 상태지만 공급망 확보 경쟁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정책과 지정학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Q6. ‘제2의 희토류’ 다음 전장은 어디인가?
한국은 안심할 수 있나?
배터리 메탈 인 리튬·코발트·흑연, 양자컴퓨팅, 의약품 원료가 ‘제2의 희토류’로 주목받는다. 이들 분야도 첨단기술과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며 공급망 집중과 지정학 위험이 크다.
중국은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음극재의 70~90%를 차지하고 있고 구형 반도체, 의약품 원료 공급도 상당 부분 장악했다.
미국은 희토류 경험을 토대로 아이온큐,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 등 양자컴퓨팅 기업과 연방정부 지분 협의를 진행하며 광물 투자와 장기 공급계약을 강화 중이다.
한국은 배터리 핵심 원료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므로 해외 광물 프로젝트 참여, 재활용 기술 개발, 한·미·호주 등 자원동맹 확대라는 3단계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런 조치들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제조 경쟁력과 국가안보를 동시에 지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