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대기업 들어갈 때 '이곳' 가더니…'300억 부자' 됐다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2025-11-30 07:00
수정 2025-11-30 08:42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9년 3개월 차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PC 시장이 커지면서 전력 소모가 절감되고 빠른 응답 속도를 자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적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 패널에 필수적인 핵심 시스템 반도체 타이밍 콘트롤러(TCON·티콘) 수요가 늘고 있어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아나패스의 이경호 대표(1969년생)는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올해 처음이다. 2002년 11월 29일 설립된 이 회사는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 시대의 핵심 기술인 OLED 디스플레이 패널에 들어가는 ‘티콘’과 디스플레이 구동 IC(Display Driver IC·DDI)를 주 사업으로 하는 팹리스 반도체 회사다. 본사는 서울특별시 구로구 디지털로31길 61 드림마크원 건물에 있다. 총 13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고 이중 연구개발(R&D) 인력은 절반이 넘는 70여명이다.
IT OLED 패널용 ‘티콘’과 모바일 OLED 패널용 ‘TED’가 주력 제품주력 제품은 IT OLED 패널용(태블릿, 노트북, 자동차) 티콘과 모바일 OLED 패널용(스마트폰, 휴대용 게임기 등) ‘TED 칩셋’이다. 티콘은 LCD, OLED와 같은 다양한 방식의 패널 구동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디스플레이 장치에 글자·이미지 등의 영상이 표시될 수 있도록 각종 제어 신호 및 데이터를 생성해 디스플레이 구동칩으로 하여금 패널을 구동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제공하는 IC(집적회로)다. TED는 티콘과 DDI를 하나의 칩으로 합친 것으로 스마트폰용 모바일 OLED 패널의 구동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칩이다.

아나패스의 핵심 기술은 150여개의 보유 특허로 개발된 독창적인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반도체 회로 기술(티콘, TED,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2006년 자체 개발 및 특허를 보유한 AiPi(Advanced Intra Panel Interface) 기술을 바탕으로 대형 LCD TV 패널용 티콘을 공급했고, 2015년부터는 IT OLED 패널용 티콘 그리고 2018년부터는 모바일 OLED 패널용 TED를 글로벌 1위 패널 제조사(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있다.

AiPi는 아나패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티콘에서 DDI로 클록을 내재화해 데이터 신호를 전송하는 패널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AiPi는 기존 방식 대비 채널당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패널 모듈 간소화와 DDI 개수 감소, 전력 소모 절감 등을 달성한 혁신 기술로 고객사 제품 기술 경쟁력과 원가절감 두 토끼를 잡았다. AiPi는 글로벌 1위 패널 제조사(삼성디스플레이)에 채택돼 세계 첫 240Hz LED TV와 3D TV, 스마트 TV, UHD TV, 커브드 모니터, 8K TV 등 새로운 프리미엄급 플래그십 제품(최상위 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최우선적으로 적용됐다. 디스플레이 세계 최고 권위의 SID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받으며 업계와 학계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인텔, AMD, 퀄컴, 엔비디아 등 AI PC용 주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와의 호환성 인증과 함께 AI PC 파트너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AI PC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땐 티콘의 매출이 수직 상승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IT OLED 패널은 2023년 710만대에서 올해 2370만대를 거쳐 2030년 9020만대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부터 생성형 AI가 탑재된 AI PC 제품이 봇물 터지듯 출시되고 있다. 이 대표는 “AI PC는 한정된 전력으로 AI 서비스까지 구현해야 하기에 전력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OLED는 LCD 대비 30% 전력 절감 효과가 있어 AI PC용 최적의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디스플레이가 LCD 패널에서 OLED 패널로 빠르게 바뀔 수 있는 대목이다. 작년 6월에 판매를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플러스 PC 탑재 노트북 대부분은 OLED 패널을 선택했다. 이경호 대표 “AI PC 시장 급성장 … 2027년 매출 최소 5000억 도전”이 대표는 “AI PC는 전력 소모와 반응 속도가 중요하기에 OLED 패널이 머잖아 대세가 될 것이다”며 “티콘이 글로벌 1위 패널 제조사에 공급되는 만큼 매출과 이익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티콘은 ‘디스플레이 두뇌’라고 불리는데 노트북에 1개 정도 들어가고 비싼 제품은 8~9달러에 달한다. 또 “고객사(삼성디스플레이)의 AI PC OLED 점유율이 압도적인데, 우리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만큼 사업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805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은 따놓은 당상이다. 영업이익률도 20%가 넘을 수 있다. 작년 매출 1822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이었는데 올해 매출이 거의 반 토막 난 이유는 스마트폰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나패스가 공급하는 모델이 출시 지연으로 인한 것이라 내년에 매출이 상당 부분 반영돼 덩치도 커진다고 한다.

그는 “AI 노트북 시장과 스마트폰이 커질수록 ‘OLED 디스플레이 두뇌’를 공급하는 아나패스도 동반 성장한다”며 “2027년 매출 최소 5000억, 영업이익 15~20%를 목표로 뛰겠다”고 힘주었다. 특히 “내년 글로벌 업체들의 OLED 8.6세대 라인 가동이 시작되면 AI 노트북 등 IT 기기에서 OLED 탑재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 “모바일 OLED 패널용 TED IC 제품과 이에 최적화된 메모리 인터페이스 기술도 개발·보유하고 있다”며 “고화질·고해상도·대형화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분야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 이 기술은 기존 메모리 인터페이스 방식 대비 핀 수 감소, 구동 IC 크기 축소 등을 구현해 패널 모듈의 원가 개선과 베젤리스 디자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아나패스의 모바일 OLED 패널용 TED 칩셋은 2018년 와이드 쿼드 고화질(WQHD·2560x1440 픽셀 해상도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에 적용되기 시작한 후 세계 최초의 UHD 해상도 OLED 스마트폰, 폴더블폰 등 국내외 메이저 업체에서 쓰고 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OLED 출하량은 5억5000만대로 삼성디스플레이가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5G(5세대 이동통신)폰 확대 및 폼팩터 다양화로 플렉서블 OLED의 폭발적 수요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13억대 스마트폰에서 OLED 점유율은 2021년 41%에서 2023년 49%로 증가할 것으로 옴디아는 전망하고 있다.
주가는 올들어 15% 하락 … 단일 고객사 의존도 높아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7350원으로 올 들어 15.78% 하락했다. 스마트폰 부문 실적 지연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까닭이다. 총 주식 수는 1212만3415주로 이경호 대표(지분 13.77%) 외 특수관계인 3인이 지분 15.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략적 투자자인 아이베스트투자 외 6인이 지분 14.8%를 가진 2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5.35%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55% 정도다. 이 대표는 현재 약 289억원 주식 부자다.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618억원, 유형자산 98억원을 보유했다. 생산 설비가 필요 없는 팹리스 업종 특성상 부동산 자산은 없다. 개인투자자는 약 6000명(5884명) 정도로 파악된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2010~2018년 배당 진행 후 한동안 못했다”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400억원을 감액하고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다”며 비과세 배당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배당금 지급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 위험 요인으로는 단일 고객사 매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계열사 포함 매출 비중이 약 90%로 파악된다. 이를 지적하자 “우린 퍼스트 팔로워 전략을 추구한다”며 “단순 밴더가 아닌 20년 넘는 전략적 동반자기에 대기업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표준 기술의 선제적 개발 확보 및 상용화로 동반 성장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팹리스 반도체 회사 꿈”…시가총액 5조원 정조준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은지를 묻자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동차(현대차·기아), 조선(한화오션·HD한국조선해양)이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과 기업으로 자리 잡았는데 OLED도 국가대표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며 “미국 브로드컴, 대만 미디어텍 같은 글로벌 팹리스 반도체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출 1조원 이상, 시가총액 5조원 이상 큰 꿈을 갖고 사업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993년 2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중 1996년 지도교수가 세운 미국 벤처회사 실리콘이미지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대학교 동기들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을 갈 때 남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다행인 건 연봉이 7만달러~8만달러로 한국 대기업보다 높았던 것이 위안이다.

실리콘이미지의 기술발명자로 재직하면서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 전달을 위한 인터페이스 기술인 HDMI 및 DVI를 개발했다. 위 기술은 글로벌 기업 및 산업단체와 협업을 통해 글로벌 산업표준으로 정착되면서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실리콘이미지 나스닥 상장(1999년)으로 이 대표는 30억~40억원 정도의 스톡옵션을 챙길 수 있었다.

이 돈으로 1998년 GCT 세미컨덕터를 세운다. 이 회사는 5G·4G 차세대 무선통신용 반도체 설계·제조업체다. 혁신적인 통신용 반도체 기술 개발 및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2024년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특히 미국 1위 무선사업자 버라이즌과 5G 칩셋 관련 개발비를 지원받는 5G 통신용 반도체 개발 협력 계약 체결 후 관련 제품을 만들었다. 또 지난 4월 버라이즌 단말업체인 오빅과 5G 단말기 공동 개발과 공급을 위한 의향서에 합의해 최종 양산을 준비 중이다. 현재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는데 아나패스가 지분 14.2%를 들고 있다.
“세 번은 두드려야 과실 챙긴다…중도 포기말라”2002년엔 아나패스를 설립한다. 당시 30억~40억원이 투입됐다. 그는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 없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확실한 시장이 있고 자신있는 기술이 있으면 세 번 정도 시도했을 때 과실을 따먹을 수 있었다”며 “처음과 두 번째에서 의외로 중도 포기자들이 많은데 세 번까지 해보면 꿈을 이룰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대신 미국 벤처를 택한 용기를 지금도 가슴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 후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진 않았다. 이 때문에 실리콘이미지에서 스톡옵션으로 번 돈을 다 까먹고 있었다. 집에 생활비도 가져다주지 못해 “지금도 가족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또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하는 시간들이 정말 힘들었다”며 “한국에서 벤처기업 운전대를 잡는 건 탁상시계가 계속 울려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것과 같았다”고 비유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테슬라처럼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를 더 중시하는데 한국은 오직 단기 실적에만 급급하단 것을 표현한 것이다.

청춘들에게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결국은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답했다. 그는 “생각보다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불확실성을 두려워 말고 최선을 다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조언했다. 특히 “청년들은 반드시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부딪히고 경험해야 한다”며 도전 정신을 주문했다.

회사는 ‘남보다 먼저’라는 다섯 글자로 압축했다. 그는 “이윤 창출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창출도 그에 못지 않다”며 “한 사람이 인생의 절반 정도를 직장에서 보내는데 지속성장하려면 무조건 선구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표준이 되기 위해 부단히 R&D에 매진해야 한단 내용이다.

또 “실리콘밸리에선 세 번 성공할 때까지 집 사지 말란 말이 있다”며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서기 전까지 사옥 건설보다 우수 인력과 기술 투자에 더 많은 돈을 쏟겠다”고 했다. 건물은 투자하는 순간 돈이 묶이므로 그보다 생산적인 것에 에너지를 집중한단 뜻이다.

끝으로 주주들에겐 “6년 내 인간처럼 생각하는 AI가 등장할 거라 본다”며 “이 경우 메모리, GPU, OLED 기업들의 고속성장이 펼쳐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이 OLED 세계 1위다”며 “주력 제품인 티콘의 쓰임새가 많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신한투자證 “내년 영업익 434억”…아리스 “목표가 2만3000원” 신한투자증권은 아나패스가 내년에 퀀텀점프할 것으로 봤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매출 3003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주요 고객사 TED 점유율 확대 및 신제품 채용과 폴더블 및 플래그십 수주 기대, IT 기기 OLED 적용 확산, 고객사의 차세대 OLED 라인 가동 등이 꼽힌다”고 했다.

독립리서치를 운영하는 이재모 아리스(ARIS) 대표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나패스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대형 패널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OLED 패널 확산 후 고해상도·저전력 솔루션이 필수화되면서 아나패스의 고집적·멀티채널 설계기술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모바일·TV 중심 DDI 사업을 넘어 차량용 디스플레이 및 B2B(기업 간 거래) 산업용 패널 수요까지 고객사를 확대하며 매출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 주가는 작년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10~11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해당 산업의 적정 PER을 15배 수준으로 볼 경우엔 2만3000원까지 상승 흐름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 주가 대비 32.56%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이어 “이익이 크게 개선되고 재무구조도 안정되어 있는데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책은 아주 미흡하다”며 “밸류업 정책을 고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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