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AI·반도체 중심 투자, 정부가 위험 분담해 민간 참여 유도”

입력 2025-11-12 14:48
이 기사는 11월 12일 14: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정책자금을 민간의 투자 마중물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정부가 위험을 분담해 민간자본이 과감히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투자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 역시 정부의 마중물 역할로 민간 투자를 유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0일 출범하는 국민성장펀드 산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 기금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산업에 투자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이 위원장은 “초기에는 자금 조달이 관건이었지만, 이제는 어떻게 효과적인 투자 대상을 선별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산업계와 관계 부처,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제대로 된 선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출범 직후 곧바로 여러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이 위원장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산업에 실질적인 투자가 곧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며 “첨단산업을 뒷받침할 생태계까지 함께 조성해 대·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의 투자 범위와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율을 미리 정하지 않고, 각 프로젝트의 투자성과와 파급력을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와 관련해선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준비가 빠른 곳은 이달 안에 첫 번째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금융위는 증권사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인가를 활용해 모험자본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신규 IMA 심사 과정에서도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공급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영문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 확대와 임원 보수 주주총회 표결 결과 공시 강화 등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투명한 정보공개가 외국인 투자 확대와 주주 권익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요구한 인지수사권 및 ‘민생침해 금융범죄 전담 특별사법경찰’ 신설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효율적 수사를 위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권력 남용 우려와 기본권 침해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검찰,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역할 분담 및 법체계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글로벌 투자 흐름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그는 “미국은 월가와 실리콘밸리를 통해, 중국은 국가 보조금을 통해 막대한 투자 자금을 산업에 투입하고 있다”며 “유럽은 통합된 금융 시스템이 없어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도 이런 ‘투자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며 “정부의 자금이 마중물이 돼 주저하던 민간 자본이 참여하도록 해 생산적 금융의 전환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