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환자군에서 간 건강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체중 감소 정도와는 별개로 간 손상을 개선한다는 게 핵심이다.
노보노디스크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간학회(AASLD 2025)에서 MASH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72주 임상시험의 사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투약군은 위약군과 비교해 간 조직 손상 개선 효과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필립 뉴섬 버밍엄대병원 간 연구소장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 감소 외에도 간 염증 및 섬유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 결과 가장 큰 특징은 위고비를 투약했음에도 체중이 거의 줄지 않은 환자들도 간 개선 효과는 뚜렷했다는 점이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72주간 체중 감소가 2% 이하였던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의 MASH 해소율은 48.4%로 위약군(25.8%)과 비교해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간 섬유화 개선율 역시 위약군은 18.3%였던 데 반해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체중 감소 2% 이하)은 27.2%에 달했다.
전반적인 안전성은 기존의 위고비 적응증에서 보고된 것과 동일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위장관계 증상으로 대부분 경증에 머물렀다. 또 성별·연령·인종 등 하위 그룹 대부분에서 비슷한 수준의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노보노디스크는 2029년까지 ‘에센스(ESSENCE)’라 이름 붙은 이번 임상을 진행해 4년간의 장기 효과를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1단계 분석 결과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적응증을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를 넘어 MASH 치료제로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노보노디스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중증도~중증 간 섬유화 동반 성인 MAS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 위고비 2.4㎎의 가속 승인을 받았다. 이번 임상의 총 책임자인 마틴 랑게 노보노디스크 부사장은 “이미 에센스 임상 2단계가 진행 중”이라며 “MASH 환자들에게 검증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