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기 "통장 본 아내 눈물"…7세 아들 사망보험금 기부한 이유

입력 2025-11-12 07:55
수정 2025-11-13 15:38

배우 이광기가 7세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전액 기부한 이유를 밝혔다.

이광기는 지난 11일 기독교 방송국 CGN에서 아들이 세상을 떠났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모든 게 다 원망스러웠다. 그런 가운데 내가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광기의 아들 석규 군은 2009년 신종플루 감염에 따른 폐렴 증세로 사망했다.

이광기는 장례를 치르면서 '아들이 천사가 됐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그 소리도 너무 듣기 싫었다. 내 옆에 없는데 천사면 뭐 하나"라고 털어놨다.

이어 "가족들을 안정시키고 나니 슬픔, 고통, 죄책감이 한 번에 쓰나미처럼 왔다. 집안에서 슬픔을 감내하기에는 가족들이 깰 것 같아서 베란다로 나갔다. 나도 모르게 점점 몸이 창밖을 향해 가더라"고 당시 고통스러웠던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순간 하늘에서 유독 선명하게 빛나는 별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광기는 "'저 반짝이는 별이 우리 아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진짜 사람들의 말처럼 천사가 된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광기는 아들의 사망보험금 전액을 아이티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해 화제가 됐었다.

이와 관련해 "아들을 천국으로 보내기 전에는 봉사라는 걸 몰랐다"면서 "아들의 보험금이 통장에 들어온 걸 보고 아내가 엄청나게 울었다. 아이가 없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계속 울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아이티에 지진이 나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죽었다. 아들 또래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TV에서 아이들이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게 빨리 마무리돼서 TV에 나오지 않아야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내에게 보험금을 아이티에 기부하자고 했다. 아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초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기부하려고 했으나, 단체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광기는 "단체에서 '보도자료를 내면 동참할 분들이 많아질 테고, 아들의 씨앗이 수많은 열매를 맺을 것 같다'고 했다.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에 또 심장이 뛰었다"고 털어놨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