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심장' 화성에 거점 마련한 ASML "삼성·SK와 협력 강화"

입력 2025-11-12 17:44
수정 2025-11-13 00:20

12일 오전 11시50분께 삼성 반도체의 ‘연구개발(R&D) 심장’으로 불리는 경기 화성 DSR(부품연구동) 로비로 제네시스 G90 한 대가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필수품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크리스토퍼 푸케 최고경영자(CEO).

푸케 CEO는 DSR VIP 식당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등 고위 경영진과 약 1시간30분 동안 식사를 함께하며 EUV 노광장비를 매개로 한 차세대 제품 공동 R&D 방안을 논의했다.

▶ 본지 11월 12일자 A12면 참조

지난 11일 방한한 푸케 CEO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고위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관련 협업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푸케 CEO는 입국 직후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찾았고, 12일 오전 ASML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신사옥 준공식에선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김용관 삼성전자 경영전략담당 사장,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사장) 등과 얘기를 나눴다.

준공식 직후엔 약 20분 거리에 있는 DSR에서 전 부회장, 송 사장 등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선 ‘하이(high) 뉴메리컬어퍼처(NA) EUV’를 활용한 공동 R&D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 NA EUV는 전 세대 EUV 대비 1.7배 정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격은 대당 5500억원으로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이 7~8대에 불과해 반도체 업체들이 치열한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 최신 하이 NA EUV를 한 대 들여오고, 내년 상반기에 한 대 더 도입하기로 했다. 하이 NA EUV를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2027년 본격 생산할 예정인 수직채널트랜지스터(VCT) D램 개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푸케 CEO는 “화성캠퍼스를 통해 한국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기술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화성=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