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빚내 투자…5개월 새 신용융자 8조 급증

입력 2025-11-12 17:37
수정 2025-11-13 00:59
새 정부 출범 후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융자가 8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시장이 상승하자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가격은 오르는데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주식 투자로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6조1198억원이다. 이달 들어 처음으로 26조원을 돌파한 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6월 초(18조5530억원)와 비교하면 7조5668억원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대표적인 빚투 지표로 분류된다. 증권사 고객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잔액이 많을수록 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도 꿈틀거리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1일 기준 105조8028억원이다. 지난달 말(104조7330억원)과 비교했을 때 불과 10여 일 만에 1조698억원 늘었다. 10월 한 달 증가 폭(925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부동산 투자가 막힌 가운데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커져 빚투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대출이 막혀 부동산 투자에 나서지 못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통한 주식 매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빚투 확대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기치 못한 변수로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빚투족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은 “빚투 증가 추세가 건전성에 위협을 줄 수준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빚투가 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신용대출이 전체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