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네"…아무리 할인해도 매출 반토막 '비명'

입력 2025-11-12 17:33
수정 2025-11-13 00:31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유명 쇼핑몰 내 징둥 매장.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를 맞아 평소보다 손님이 늘었지만 매장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전자제품을 주로 파는 이 매장 직원은 “작년 광군제와 비교하면 매출이 거의 반 토막”이라며 “최대 쇼핑 시즌인데도 별다른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11월 11일은 원래 애인이 없는 사람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기념일이었다. 2009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이날 대규모 온라인 할인 행사를 열면서 중국 최대 쇼핑 시즌으로 자리 잡았다. 한때 알리바바, 징둥, 핀둬둬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간 과열 경쟁까지 우려될 정도였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물건은 사지 않고 ‘아이(eye) 쇼핑’만 하거나 고가 제품이 아니라 저가 필수재를 구입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는 게 유통업계 전언이다.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무하는 30대 중국인 양모씨는 “올해 쇼핑 축제 기간에는 작년 대비 절반 정도만 지출했다”며 “올해 급여가 많이 줄어 꼭 필요한 속옷과 신발 외 다른 제품은 구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제품이라도 사이트별로 가격을 비교한 뒤 가장 싼 상품만 골랐다”고 덧붙였다.

빛 바랜 광군제 분위기는 장기간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 침체 및 내수 둔화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청년 실업률마저 높은 상태로 소비자는 생필품 구매 때도 0.1위안(약 20원)까지 아끼려는 분위기가 많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기존 2~3일이던 광군제 행사 기간을 올해는 최장 한 달로 늘렸지만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했다. 할인 쿠폰을 대거 제공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맞춤형 제품 추천 기능도 대폭 강화했지만 광군제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관측이 많다. 광군제 때마다 구매 광풍이 불던 고가 화장품 등 해외 명품 판매 또한 주춤해졌다.

알리바바는 올해 아예 광군제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동안 매년 광군제 직후 매출과 주문량을 공개해왔던 것과 대비된다. 징둥은 올해 광군제 행사 기간 주문량이 전년보다 60% 급증했다고 밝혔지만 거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선 “쇼핑객만 증가했을 뿐 고가 제품보다 저가의 필수품만 팔렸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광군제 행사 기간 지출 결과는 중국 내수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올해는 제대로 된 수치조차 나오지 않아 중국 소비 심리가 악화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광군제의 화려함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9월 중국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신뢰지수는 89.6으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중국의 월별 소매판매 증가율은 5월 6.4%에서 6월 4.8%로 크게 꺾인 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9월엔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거와 달리 최근엔 광군제 외에 쌍십이절(12월 12일), 징둥 쇼핑축제(6월 18일) 등 각종 온라인 쇼핑 행사가 넘쳐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이혜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