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마지막 레슨…"변덕스러운 주가에 절망 말라"

입력 2025-11-11 18:00
수정 2025-11-12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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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후반이 전반보다 더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과거의 실수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그 경험에서 조금이라도 배우고 나아가면 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95)이 올해 말 은퇴를 앞두고 10일(현지시간) ‘마지막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1965년부터 매년 주주서한을 낸 버핏은 이번 서한에서 “벅셔해서웨이 주주뿐 아니라 인생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투자 조언보다 삶에 관한 조언에 비중을 뒀다. 서한 수신자도 벅셔해서웨이 주주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로 했다.

◇인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버핏은 “이제 벅셔해서웨이의 연례 보고서 서한을 더 이상 직접 쓰지 않겠다”며 “영국식으로 말하자면 이제 조용히 지내려 한다”는 말로 서한을 시작했다. 그는 올해 말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에게 최고경영자(CEO) 직위를 물려줄 예정이다.

버핏은 서한에서 과거의 실수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책하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워 더 발전하라는 것이다. 또 “변화하기에 너무 늦은 시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버핏은 “자신의 유산을 먼저 상상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알프레드 노벨을 예로 들었다. 버핏은 “노벨은 자신이 죽었다는 오보에서 ‘죽음의 상인’이라는 표현에 충격받았다”며 “그 일을 계기로 행동을 바꿔 인류에게 공헌하는 상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당신의 부고 기사에 어떤 내용이 실리길 바라는지 스스로 정하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살라”고 덧붙였다.

인생의 나침반을 세우는 방법으로는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을 신중히 선택하고, 그들을 닮으라”고 말했다. 또 “진정한 위대함은 돈, 권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남을 돕는 수많은 작은 행동 속에 진정한 위대함이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는 인생 원칙도 언급했다. 그는 “청소부도 회장과 똑같은 인간임을 기억하라”며 “지위와 직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서한을 마무리했다. ◇후계자 무한 지지…기부 의지도 확인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차기 CEO인 에이블 부회장에게 강력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벅셔해서웨이 주주들이 그레그에 대해 찰리(고 찰리 멍거 전 부회장)와 내가 오랫동안 누려온 신뢰를 갖게 될 때까지 상당량의 A주(버핏이 벅셔해서웨이 인수 때부터 보유한 주식)를 보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에이블 부회장이 그만한 신뢰를 얻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자녀들과 벅셔해서웨이 이사진은 에이블 부회장을 100%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버핏이 은퇴하면 ‘버핏 프리미엄’이 사라져 벅셔해서웨이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벅셔해서웨이 B주(의결권이 A주의 1만분의 1인 주식)는 버핏의 은퇴 발표 후 6개월 동안 10% 이상 하락했다. 최근 일부 회복했지만 올 들어 수익률이 10.17%로 S&P500지수 수익률(16.42%)에 미치지 못했다. 대런 폴록 체비엇밸류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후계자는 내가 직접 손으로 고른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설명했다.

벅셔해서웨이의 사업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버핏은 “벅셔해서웨이는 내가 아는 어떤 기업보다도 치명적인 재앙을 맞을 가능성이 작다”며 “주가가 변덕스럽게 움직일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해도 절망하지 말라. 미국은 다시 돌아올 것이며 벅셔 주가도 그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한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