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예금 금리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최고 금리가 연 3%인 상품도 등장했다. 적잖은 예금 상품의 금리가 저축은행을 뛰어넘었을 정도다. 초호황인 주식시장으로 은행권 자금이 대거 빨려 들어가는 ‘머니 무브’ 충격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은행권 일제히 금리 인상11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최근 ‘e-그린세이브예금’의 최고 금리(1년 만기)를 기존 연 2.85%에서 연 3%로 올렸다. 카카오뱅크도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연 2.7%에서 연 2.85%로 인상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도 비슷한 시기 예금 금리를 0.05~0.15%포인트 높여 연 2.7%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저축은행 평균 예금 금리(연 2.67%)보다 높다. 1금융권 전체 예금상품의 최고금리가 평균 연 2.64%인 것을 고려하면 저축은행과의 격차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오른 것을 반영해 수신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10일 AAA등급 은행채 금리(1년 만기)는 연 2.798%로 올해 최저점을 찍은 8월 14일(연 2.499%) 후 약 0.3%포인트 상승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환율 상승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해진 것이 금리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 3%대 예금 금리가 사라진 저축은행과는 대조적이다. 저축은행 예금 중 가장 높은 금리는 연 2.9%다. OK저축은행과 조흥저축은행 두 곳에서만 이 정도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확대 등으로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신 금리를 높이면 이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기 위해 지금보다 리스크가 큰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저축은행이 이런 이유로 예금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머니 무브’ 충격 줄이나금융권에선 예금 금리 인상이 은행 자금 이탈 속도를 늦출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증시 호황이 이어지자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투자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의 10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619조1600억원으로 9월 말(648조3154억원) 이후 한 달여 동안에만 29조1554억원 급감했다.
반면 국내 증시의 투자자 예탁금(7일 기준 85조7221억원)은 9월 말 이후 13조2747억원 불어났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나타내는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26조2165억원)은 2조7237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규모가 4분기에만 1조9807억원 증가한 것도 주식 빚투의 영향이 컸다는 의견이 많다.
은행들이 당분간 이자마진 축소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어서다. 주요 은행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 폭을 반영해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 또한 기준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월(2.52%) 0.03%포인트 오른 이후 뒤따라 상향 조정됐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