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상장 도입에도 '자투리 펀드' 늘었다

입력 2025-11-11 17:22
수정 2025-11-12 01:48
설정액이 50억원에 못 미치는 ‘자투리 펀드’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 펀드시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일반 공모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사실상 마른 탓이다.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출범한 직상장 제도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업황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초소형 펀드(ETF·MMF 제외)는 지난 4일 기준 1774개에 달했다. 국내 운용 공모펀드가 4600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약 40%가 자투리 펀드다. 초소형 펀드는 2022년 1450개, 2023년 1559개, 2024년에는 1638개로 꾸준히 늘었고, 올해는 이미 1700개를 넘어섰다. 자투리 펀드는 규모가 작아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익률 관리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설정액 1조원을 넘는 대형 펀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22년 4개에서 지난해 12개, 올해는 15개로 늘었지만, 이 중 14개가 채권형 펀드다. 유일한 주식형 펀드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로, 설정액은 2022년 1조1870억원에서 이달 4일 기준 1조496억원으로 줄었다.

공모펀드 침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시장이 위축된 데다 거래 편의성을 앞세운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공모펀드의 입지가 좁아졌다. 국내 ETF 시장은 2023년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200조원을 넘겼고, 현재는 270조원을 웃돈다. 한 공모펀드 운용사는 “매매가 자유롭고 상품이 직관적인 ETF가 투자 자금을 흡수하면서, 유명 펀드 몇 개를 제외하고는 신규 자금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도입된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모펀드에 새로운 X클래스를 신설해 ETF와 주식처럼 유가증권시장에서 실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지만, 대형 운용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대신자산운용의 ‘대신KOSPI인덱스’와 유진자산운용의 ‘유진챔피언중단기크레딧’ 두 개 상품만 상장됐다.

상장 이후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도 미미하다. 대신KOSPI인덱스는 1억6506만원, 유진챔피언중단기크레딧은 1058만원어치 순매수에 그쳤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와 비교해 상장 공모펀드만의 뚜렷한 경쟁력이 없고, 설정액 500억원 미만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 등이 상장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업계의 참여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