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지개를 켜는 현 경기 흐름을 반영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불어난 재정 씀씀이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지난 5월까지 금리인하를 권고한 것과는 달라진 행보다.
KDI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9%로 제시했다. 지난 8월 전망치(0.8%)보다는 0.1%포인트 올랐지만, 올해 0%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한 것이다. 기재부와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0.2%보다 나쁘지 않으면 올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4분기 한국의 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올 3분기에 성장률이 추정치(1.1%)를 웃도는 1.2%를 기록하면서 올해 1%대 성장률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건설경기 부진 여파로 올 상반기 성장률이 0.3%에 그치면서 1%대 성장률 달성에는 실패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1.8%로 내다봤다.
세부적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은 시장금리 하락과 소비쿠폰 등으로 상반기 0.7%에서 하반기 1.8%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으로는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미국의 관세인상에도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라 상반기 1.7%, 하반기 4.1%로 개선되며 연간 2.9% 성장할 것으로 봤다.
KDI는 내년 성장률로 1.8%를 제시했다. 지난 8월 수정 전망(1.6%)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일단 내수에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1.6%를 기록해 올해(1.3%)를 웃돌 것이라고 봤다. 건설투자는 올해(-9.1%) 큰 폭의 감소에서 2.2% 증가로 전환해 부진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봤다.
KDI는 경기 개선 흐름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운용해야 한다고 봤다. 소비자물가가 올해 2.1%, 내년 2.0%로 안정 목표(2%)에 수렴하는 등의 여건을 감안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KDI는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경기 둔화 흐름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인 기조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었지만, 이번에 금리 동결로 돌아선 것이다.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를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현재 확장적 재정 기조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큰 폭의 재정적자 흐름이 굳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