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50억원이 채 안되는 ‘자투리 펀드’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내 펀드시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일반 공모펀드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이 사실상 말라붙어서다. 공모펀드 투자를 늘리겠다며 지난달 출범한 직상장 제도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업황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50억 미만 초소형 펀드(ETF·MMF 제외)는 이달 4일 기준 1774개에 달한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공모펀드가 4600여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40%가 자투리 펀드인 셈이다. 초소형 펀드 수는 매년 증가세다. 2022년 1450개에서 2023년 1559개, 지난해 1638개에 이어 올해 1700개를 넘겼다. 자투리 펀드는 규모가 작아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수익률 관리에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설정액이 1조원을 넘는 대형 펀드는 손에 꼽는다. 2022년 4개에서 지난해 12개가 됐고, 올해는 15개다. 15개 중 14가 채권형 펀드다. 유일한 주식형 펀드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인데, 이마저도 설정액이 2022년 1조1870억원에서 이달 4일 기준 1조496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공모펀드가 침체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거치며 시장이 위축됐고, 거래 편리성을 앞세운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공모펀드의 입지가 좁아졌다. 국내 ETF 시장은 2023년 순자산 100조원을 넘긴 뒤 올해 6월 20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기준 순자산 총합은 270조원을 넘는다.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매매가 자유롭고 상품도 직관적인 ETF가 투자자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공모펀드는 일부 유명한 펀드 몇 개를 제외하고는 신규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27일 도입된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모펀드 직상장은 공모펀드에 새로운 클래스(X클래스)를 추가해 ETF나 주식처럼 유가증권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대형 운용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대신자산운용의 ‘대신KOSPI인덱스’와 유진자산운용의 ‘유진챔피언중단기크레딧’ 등 단 2개 상품만 직상장됐다.
상장 후 유입된 개인 투자자 자금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다. 대신KOSPI인덱스는 1억6506만원, 유진 챔피언중단기크레딧은 1058만원어치 순매수되는 데 그쳤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대세가 된 ETF와 비교할 때 직상장 공모펀드만의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설정액 500억원 미만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 등이 직상장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업계의 참여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