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배우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100만원대 로저 비비에 명품 가방을 선물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도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이 "(김 여사가) 이런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확인하고, '전당대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하면서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이런 일이 국민들한테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내 분위기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다들 불편한 건 말씀을 안 하시는 분위기가 굉장히 오래됐다"며 "의원들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그걸 겉으로 표출을 안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당내 의원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상황에 대해 "국민적인 판단이 명확히 나올 수 있는 개별적인 건은 사과든 조치든 필요한 건 정리를 해야 '국민의힘이 싸우고 있고 민주당 혹은 정부가 잘못 가는 부분도 있구나 국민들이 생각할 텐데 다 묻어두고 그냥 '싸우자, 대통령을 어떻게 해야 한다' 하는 게 국민들에게 얼마나 전달될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여사는 로저 비비에 제품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착용한 바 있다. 김 여사는 2022년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국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인 청년을 만나 격려하는 자리에 로저 비비에의 '커브드 버클 펌프스' 제품을 착용했다. 이어 2022년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 문화공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환영 만찬에서도 이 브랜드의 클러치 제품을 들고나왔다. 김 여사는 같은 제품을 이듬해 1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 인사회 때도 들었다. 이 제품 판매가는 100만원 후반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로저 비비에 사랑은 특검 출석 때도 이어졌다. 김 여사는 지난 8월 민중기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는데, 검은색 정장 차림과 함께 신은 검은색 로저 비비에 구두가 포착됐다.
한편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6일 김 여사의 주거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를 압수 수색을 하면서 로저 비비에 가방과 함께 김 의원의 아내 이름이 적힌 메모지와 편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 아내의 손편지에는 "당 대표 당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알려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