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하면서 미국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환노출형 상품의 수익률이 환헤지형을 크게 앞서고 있다. 환율 상승 효과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다만 앞으로 미국의 통상 정책이나 기준금리 변화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일부는 환헤지형 ETF로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S&P500 ETF, 환노출 수익률이 최대 7배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미국 ETF 가운데 환노출형의 최근 1개월(10월 2일~11월 6일) 수익률이 환헤지형의 3~7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종목인 ‘TIGER 미국S&P500’이 대표적이다. 이 기간 환노출형이 4.34% 오를 때 환헤지형인 ‘TIGER 미국S&P500(H)’는 0.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환노출형은 환율 변동을 그대로 반영한다. 원·달러 환율이 높게 유지되는 시기에는 주가 상승에 더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ETF 이름에 ‘(H)’가 붙은 환헤지형은 환율을 미리 고정해 주가만 반영되는 구조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TIGER 미국 나스닥100’은 같은 기간 6.19% 상승했으나, 환헤지형은 2.56% 오르는 데 그쳤다. ‘KODEX 나스닥100’과 ‘KODEX 나스닥100(H)’ 역시 각각 6.01%, 2.45% 수익률을 기록하며 유사한 차이를 나타냈다.
미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마찬가지다. ‘RISE 미국반도체 NYSE’의 환노출형은 13.65% 상승했으나, 환헤지형은 9.74%에 그쳤다. 환헤지 여부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엇갈린 경우도 있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의 환노출형은 이 기간 3.15% 올랐지만, 똑같은 구조의 환헤지형 ETF는 0.19%의 손실을 냈다.◇“1500원대 환율도 현실화될 수 있어”환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도 환노출형 상품에 쏠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 ‘TIGER 미국 S&P500’에는 개인 투자자 자금 6543억원이 순유입됐다. 반면 환헤지형에는 32억원만 유입돼 20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는 같은 기간 87억원 순매수된 반면, 환헤지형은 453억원 순유출됐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50원을 돌파한 뒤 등락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외화자산 운용 수익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 집중되면 외환보유액 복원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대외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강달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환노출형 ETF의 수익률이 환헤지형을 앞서는 흐름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환노출형이 유리할 수 있다”며 “다만 변동성이 큰 시기엔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환헤지형으로 분산하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장기 투자 목적이라면 환노출형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환헤지형은 환율 고정을 위한 헤지 비용이 따로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적인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