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식 전화를 받았을 때는 마감 못한 원고를 붙잡고 ‘이번에는 펑크를 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이었어요. 전화를 끊은 뒤 얼떨떨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책상에 앉으니 막혀 있던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라 시를 매듭지을 수 있었어요. ‘응원과 격려를 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습니다.”
신해욱 시인은 10일 서울 종로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 간담회에서 “말에 대한 개인적 탐닉으로 시작해 시 쓰는 일은 내가 공동체 일원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신 시인은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생물성> 등을 냈다.
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은 △시 부문은 신해욱의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소설 부문은 이기호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희곡 부문은 주은길의 ‘양떼목장의 대혈투’ △번역 부문은 김지영이 영역한 천명관의 <고래>다.
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대산문학상은 국내 최대 종합 문학상이다.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상금은 부문별 5000만원씩, 총 2억원을 시상한다(희곡과 평론은 격년 선정).
수상 작가들은 대산문화재단과의 개인적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1999년 등단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광주대 문예창작과에서 후배 작가를 양성하는 이 작가는 “과거 데뷔 4년 차에 아무런 청탁 없이 혼자 끙끙대며 단편소설을 썼는데 대산창작기금 덕에 그 소설들을 모아 첫 책 <최순덕 성령충만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자들은 역대 최연소 수상자, 모녀 수상, 부부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신 시인은 2019년 시 부문으로 수상한 이장욱 문학평론가와 부부 사이다. 김 번역가는 2002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1세대 번역가’ 유영란 번역가의 딸이다. 희곡 부문을 받은 주 작가는 1994년생으로 대산문학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