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쓰레기도 영원을 꿈 꿀까…서양화가 김정아의 ‘실천예술’

입력 2025-11-10 17:14
수정 2025-11-10 17:15


아름다운 예술은 대개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태어난다. 별것 아닌 그림 한 점이 때론 문제를 직시하고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유효한 실천의 도구가 된다. 서양화가 김정아의 캔버스가 그렇다. 지난 26년간 거제도 바닷가에 머물며 폐어망과 해양 폐기물을 주워 작품 재료로 삼은 그는 ‘바다 쓰레기’라는 문명과 자연의 갈등을 봉합점을 모색해 왔다. 버려진 것으로 존재의 이유를 되묻는 나름의 미학을 구축한 것이다.

최근 김정아가 ‘제10회 메디치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접 수거한 온갖 바다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며 ‘그린피스 플라스틱제로 캠페인’(2017),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컨퍼런스 기념 환경 전시’(2022), ‘KT&G 해양생태계 보호 프로젝트’(2023) 등 국내외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태도를 실천적 예술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인 심은록 심사위원장은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류하며 작품의 진정성을 강화했다”며 “물질의 소멸 속 생명과 인간의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정아의 작업은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11일부터 수상 기념 전시 ‘영원을 꿈꾸는 일회용’이 열린다. 바다 쓰레기를 활용한 조형적 실험 작품들이 돋보인다. 따개비가 쓰레기 더미에 달라붙어 인공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듯한 모습을 담은 ‘요정의 초상’부터 해와 달, 소나무 같은 십장생도를 구성하는 전통적인 자연물에 분해되지 않고 오랜 시간 환경을 위협하는 담배꽁초, 비닐봉지 등 쓰레기를 덧붙여 넣은 ‘신십장생도’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탐구가 재밌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한편 사단법인 메디치회가 주최하는 메디치상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예술과 기업 상생을 추구하는 상이다. 창의성과 창작 의욕이 투철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메디치상 시상식은 다음 달 9일 창원특례시 리베라컨벤션에서 진행된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