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재직 중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뒤 학업을 핑계로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거나 출근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강력범죄에 대해 보완 수사 지시를 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 등 수사 부실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내부 시스템을 무단으로 열람해 헤어진 연인, 유명 연예인 등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경찰관도 적발됐다. 근절되지 않는 편법 로스쿨 진학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찰청 및 서울·부산경찰청 정기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정감사 등에서 반복 지적된 경찰관의 로스쿨 진학과 부실 복무 실태를 비롯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남용해 사건을 묵살하거나 부실 처리한다는 지적 등을 집중적으로 감사했다.
감사원이 경찰청 및 서울·부산 경찰청 정기감사에서 최근 4년간(2021∼2024년) 경찰청 소속으로 로스쿨 진학한 325명 가운데 8명을 표본으로 선정해(재학기간, 통학거리 등 기준) 조사한 결과 전원이 복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A씨는 근무 시간 중 골프장을 이용한 사실이 적발돼 견책 징계 처분을 받은 당일을 포함해 53회에 걸쳐 강의 수강을 위해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사실이 적발됐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경찰관이 출근하지 않고 로스쿨 수업에 출석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 대상 8명 중 6명의 경찰관이 목적 외 사용이 금지된 병가·육아휴직·질병휴직 등을 이용해 강의를 수강하거나 변호사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경찰청장에게 소속 공무원에 대한 복무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하고, 감사 기간에 로스쿨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현직 경찰공무원 155명(170명은 퇴직)에 대해 복무점검을 실시해 징계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강력범, 스토킹범 부실 수사, 개인정보 무단 열람위험성이 높은 스토킹 범죄 대응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서울·부산경찰청의 112신고 중 사건이 ‘기타형사범, 기타경범, 위험방지, 상담문의’로 분류된 사건 중 내용에 스토킹 범죄 키워드(남자친구, 여자친구, 데이트, 스토킹 등)가 포함된 9098건을 분석한 결과 385건은 가해자의 지속적 연락, 반복 신고 접수 등 징후가 뚜렷해 스토킹 범죄로 판단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스토킹 범죄로 분류하지 않아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 중 4건은 실제 폭행·강제추행 등 추가 범죄로 이어졌다.
이 밖에 경찰관의 다양한 비위 사례가 적발됐다. 남성 경찰관 B씨는 10살 연상 기혼녀와 불륜 관계를 맺다 상대방 배우자에 발각돼 1700만원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고 징계까지 받은 이후 상대방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다른 경찰관 C씨는 유명 아이돌 그룹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경찰청장에게 시스템 정보 보호에 대한 적정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경찰이 범죄 경력자나 정신질환자에게 총포·전자충격기 등 소지 허가를 내준 사례도 감사에 적발됐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법령 미비로 이를 제대로 확인할 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정보 유출의 경우 감사원 조사결과 2021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사건 관련자 등에게 정보를 유출한 경찰관이 49명에 달했다. 피해자 개인정보를 가해자에게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2021년 1월) 이후 경찰은 1차·일반적 수사권을, 검찰은 보완수사요구(송치) 및 재수사요청(불송치) 등 2차·제한적 수사권만 행사하게 됐다.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재수사요청은 18.1% 증가하는 등 수사의 완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경찰청 차원에서 관내 경찰서에 재조사를 지시한 강력범죄 사건 13건조차도 이 가운데 총 4건의 사건을 강남경찰서, 마포경찰서 등에서 방치한 상태인 것이 확인됐다. 해마다 경찰이 처리한 사건의 약 18~23%(40만~50만 건)는 법정 수사기한(3개월)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접수 사건은 수사권 조정 이후 28.6% 증가했으나 수사 인력은 8.8% 늘어나는 데 그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