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에서 와인 샀는데 어쩌나…"조심하세요" 경고

입력 2025-11-10 09:58
수정 2025-11-10 10:10

코스트코가 올 들어 식품과 생활용품, 가전 등의 품목에서 잇단 결함이나 안전 문제가 제기돼 대규모 리콜을 잇따라 진행 중이다. ‘품질 좋은 상품을 골라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코스트코 특유의 큐레이션형 유통 모델이 잇단 리콜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유통업계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최근 자체 브랜드(PB) 커클랜드 시그니처의 스파클링 와인 ‘발도비아데네 프로세코 DOCG’ 약 94만 병을 긴급 리콜했다. 개봉하기 이전에 병이 깨지며 파편이 튀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 안전상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내에서만 최소 10건 이상의 파손 사례가 보고됐고, 일부는 부상으로 이어졌다.

문제의 제품은 미국 내 아이오와, 일리노이, 미시간 등 12개 주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됐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개봉 전 병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례적이라며 사안을 비중 있게 다뤘다. AP통신은 “고압의 탄산 가스로 인한 병 내부 압력 불안정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전했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코스트코의 대표 PB 제품 리콜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트코의 이번 와인 리콜은 올 들어 코스트코가 발표한 다수의 회수 조치 중 하나다. 지난 9월에는 참치 포케 제품에서 리스테리아균 오염 가능성으로 3300파운드 규모의 관련 제품이 회수됐다. 지난달에도 ‘골든 아일랜드 코리안 바비큐 포크 저키’ 220만파운드가 금속 혼입 위험으로 리콜됐다. 올 상반기엔 보조배터리, 창문형 에어컨, 간편식, 쿨러 등의 상품이 안전 문제로 회수 대상에 올랐다. 미국 생활전문지 굿하우스키핑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올 1~7월 총 14건의 리콜을 공지했다. 이후 대형 식품 리콜이 추가되며 현재까지 누적 리콜 건수는 최소 17건으로 늘었다. 식품·생활용품·가전 등 전 품목에 걸쳐 리콜이 확산된 셈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코스트코의 사업 구조상 리콜 충격이 타 유통사보다 크다고 지적한다. 월마트나 타깃 등 코스트코 경쟁사들은 수만 종의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대형 종합몰로 개별 리콜이 브랜드 전체로 확산되기 어렵다. 반면 코스트코는 유료 회원제를 기반으로 한정된 SKU(상품단위)를 엄선해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품목이 적은 대신, 코스트코가 직접 검증한 ‘최적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점을 앞세워왔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리콜로 인한 소비자 신뢰 훼손은 유료 멤버십 이탈로 이어져 매출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코스트코의 경우 이번 미국 내 리콜 상품에 대한 회수 조치 공지는 아직 없는 상태다. 코스트코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는 ‘마리슈타이거 전동 소금&후추 그라인더 세트’와 ‘컬럼비아 여성 스윔 커버업 후디’ 상품에 대한 리콜만 올라와 있다. 미국과 같은 식품에 대한 대규모 리콜은 없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공유하는 코스트코의 구조상 해외 리콜 제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