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이후 21년 만에 탄생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한국인 우승자 LA 다저스 김혜성이 부친의 '빚투' 의혹에 침묵하면서 부정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혜성은 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했다. 지난 6일 MLB 시즌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김혜성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야수 최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귀국 인터뷰 당시 부친의 채권자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등장해 "아버지에게 돈 갚으라고 하라"며 현수막을 펼치는 소동이 일어나 향후 대응에 이목이 쏠렸다.
김혜성의 '뉴스룸' 출연은 부친의 빚투 논란이 재점화된 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주목됐다. 하지만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 맛본 우승 소감 등을 전했을 뿐, '빚투' 언급은 없었다.
대신 이번 우승 주역으로 불리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관련해 "배울 점이 있던가", "친한가" 등의 질문을 받았고, LA 다저스의 또 다른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에 대해 "'클래스'를 느낀 순간이 있나"는 물음에 답변해야 했다는 점에서 "우승 목격자 인터뷰냐"는 조롱까지 나왔다.
실제로 김혜성은 올해 71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은 0.280에 그쳤다. 3홈런 17타점 19득점, 13도루, 출루율 0.314, 장타율 0.385, OPS 0.699를 기록하긴 했지만, LA 다저스 주전으로 자리매김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상황에서 '빚투'까지 외면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 것. 김혜성에게 "아버지에게 돈 갚으라고 전해 달라"고 현수막을 내건 남성은 김모(62)씨로, 이번에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어떤 놈은 LA 다저스 갔고 애비놈은 파산 면책"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던 김혜성은 굳은 표정으로 김씨를 바라보며 관계자에게 "저분 좀 막아달라. 저분 가시면 인터뷰하겠다"고 요청했다. 결국 김씨는 보안 요원들의 제지로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과거부터 김혜성 부친의 채무 문제를 이유로, 김혜성이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던 시절 출전하는 경기마다 현수막을 걸어왔다. 대표적인 문구가 "느그 아부지에게 김선생 돈 갚으라 전해라"였다. 김씨는 김혜성 부친에게 약 1억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부모의 빚을 자녀가 대신 갚을 의무는 없으며, 채무는 당사자 본인의 법적 책임이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반복적이거나 야간 연락으로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채무자의 가족이나 제3자에게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명예훼손 혐의로도 처벌될 수 있다.
실제 김씨는 2019년 김혜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김씨는 지난 5월 재차 김혜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동종 벌금형으로 처벌된 전과가 있다"면서도 "범행 경위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