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책정을 두고 전국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조합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분양가를 높이길 바라고, 건설회사는 미분양 우려에 적절한 수준에서 공급가를 정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비만 3조원에 달하는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재개발 사업이 분양가 책정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3.3㎡당 2402만원을 일반분양가로 제시했지만, 조합은 2850만원을 고수하고 있다. 시공사가 내세운 중도금 무이자, 일반분양 발코니 확장비, 분양촉진비를 포함하면 조합 측 분양가는 3161만원으로 높아진다. 이 단지는 광주 중심가와 가까운 광천동에 최고 45층, 5000여 가구로 조성된다. 하지만 입지가 좋아도 분양가가 높으면 흥행이 쉽지 않다는 게 시공사의 판단이다.
광주 광산구 신가동 재개발도 난항에 빠졌다. 조합이 DL이앤씨의 ‘아크로’를 달고 단지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분담금이 늘자 일반분양가를 3.3㎡당 2450만원으로 높여 타개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DL이앤씨와 롯데건설, GS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난색을 보이며 3.3㎡당 일반분양가를 1950만원으로 제시했다.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공사 교체를 추진 중이다.
경기 광명에서 분양하는 ‘힐스테이트광명11’도 조합은 4700만원을 원했지만, 시공사는 미분양을 우려해 4360만원을 제안했다. 일곱 차례 조정을 거쳐 최근 4500만원으로 확정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공사비가 정해져 있어 분양가가 오른다고 추가 수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조합이 단지를 고급스럽게 짓고 싶은데 분담금은 많이 내기 싫으니 일반분양가에 전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이인혁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