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규리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결과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김규리는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명박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손해배상 판결 확정' 입장문을 올리며 "그간 몇 년을 고생했는데 이제 그만 힘들어지고 싶다"고 밝혔다. 김용민 의원은 당시 김규리의 변호사기도 했다.
김규리는 "당시 '미인도' 영화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화면에 제가 잡히자 어디선가 전화가 왔고 작품 출연 계약 당일날 갑자기 취소 연락이 오기도 했다"면서 "블랙리스트 뉴스에 SNS에 짧게 심정을 올리자 다음날 '가만 안 있으면 죽여버린다' 협박당했다. 휴대폰 도청으로 고생하기도 했다"고 그간 겪었던 고충을 전했다.
이어 "(국가정보원이) 사죄하긴 했다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했다는 건지 허공에 한 것 같기도 하다"면서 "상처는 남았고 그저 공허하지만 상고를 포기했다니 기쁘다"고 덧붙였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7일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사법부의 국가 배상 책임 판단을 존중해 상고를 포기하고 피해자와 국민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국정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본 당사자분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오·남용한 과오를 다시 한번 철저하게 반성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국정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7일 "대한민국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국가책임을 인정했다.
해당 사건에서 국정원은 10월 30일 최종 상고를 포기했다.
국정원은 "앞으로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오로지 국가안보와 국민 보호를 위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상고 포기로 피해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기를 기원하며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인 문화예술 인사들을 배제하고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압박 활동에 나선 것을 말한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 국정원은 2017년 9월 이명박 정부가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반정부 성향 문화예술계 인사 총 82명을 관리했다는 내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82명 명단에는 진중권, 문성근, 권해효, 김규리, 이준기, 유준상, 문소리,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안치환, 김장훈, 양희은, 변영주 등이 포함됐다.
문성근 씨와 김미화 씨 등 36명은 2017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국장이 공동해 원고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도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27-2부(재판장 서승렬)는 지난달 17일 "국가는 이 전 대통령, 원 전 국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김규리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SNS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다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올려 반정부 연예인으로 낙인찍혔다.
2018년 소속사 관계자는 "김규리가 광우병 파동 당시 아무런 정치적 의미 없이 순수한 감성적인 글을 올린 것으로 인해 약 10년 동안 수많은 악플러들에게 지속적인 공갈과 협박을 받아왔으며,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이 올라 그동안 연예활동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김규리는 "내가 적은 글 속에서 '청산가리' 하나만 남았다. 내 삶, 내 일상 속에 들어와 끊임없이 나를 왜곡한 이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