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비엣 타인 응우옌 "진실을 말하려는 작가, 필연적으로 정치 다뤄야"

입력 2025-11-07 17:07
수정 2025-11-08 00:36
“어떻게 하면 강하면서 동시에 약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한 개인이지만 20세기 베트남의 식민지와 전쟁 경험을 상징합니다.”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인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사진)은 지난 4일 자전적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 국내 출간을 계기로 한국 언론과 온라인 간담회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열아홉 살 때 어머니가 정신병동에 입원한 이야기를 대학 에세이로 쓴 적이 있었는데, 이런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당시에는 몰랐다”며 “30년이 지나고 저 역시 부모가 돼서야 이 이야기를 완성할 준비가 됐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응우옌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동조자’의 원작자로,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소설 <동조자>는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 냉전 시대의 대립과 모순을 풍자한다. 그는 박 감독과 함께 일한 경험을 언급하며 “수많은 주제를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압축해 내는 창의적인 감독”이라고 극찬했다.

응우옌은 <두 얼굴의 남자>에서 자신과 가족이 이민자로서 겪은 비애와 고난을 고백한다. 1971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그는 1975년 사이공 함락 이후 미국으로 이주했다. 어린 응우옌은 난민캠프와 임시 위탁가정을 거치며 부모와 떨어진 채 지내기도 했다. 지난한 경험을 털어놓을 때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는 응우옌을 비롯해 ‘디아스포라’(태어난 곳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또는 이주 그 자체)를 다룬 영화, 문학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디아스포라는 국가 간 충돌의 산물”이라며 “다양한 문화가 생기는 건 축하할 일이지만 그 원인은 끔찍한 전쟁이나 재해에 있다”고 했다.

응우옌은 각국의 폭력에 대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온 작가다. 그는 “진실을 말하려는 작가는 필연적으로 정치를 다뤄야 한다”고 했다. 이번 책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마치 검은 펜으로 검열하듯 ‘■■■’ 표시로 가렸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전략이라 그의 전략에 반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힘의 악용, 관타나모수용소에서 벌어진 미군 범죄 내용에 대한 비공개 처리, 대통령의 명예훼손 고소 등 검열을 상징한다”고 했다.

다음 작품으로는 <동조자> <헌신자>를 잇는 3부작의 마지막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전작이 끝났던 1984년 미국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한국의 디아스포라,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도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