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반도체 야심'…"115조원 마벨 인수 검토했었다"

입력 2025-11-06 17:54
수정 2025-11-07 00:50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올초 시가총액 800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하는 고객 맞춤형 AI 반도체 설계 업체 마벨테크놀로지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벨을 인수한 뒤 반도체 설계의 밑그림을 그리는 소프트뱅크 자회사 Arm과 합쳐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손 회장의 관심이 반도체에 쏠린 만큼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 회장은 올초 마벨에 비밀리에 M&A를 제안하고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인수 조건이 맞지 않아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벨은 199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반도체 기업이다. 고객사의 요청을 받아 반도체 설계를 대신하는 게 주력 사업 모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같은 AI 기업의 주문을 받아 고객 맞춤형 AI 가속기를 설계한다. 생산은 TSMC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맡긴다. 대표적 경쟁사는 브로드컴이다.

손 회장이 마벨 인수를 타진한 건 Arm과의 시너지를 노린 포석으로 분석된다. 손 회장은 반도체 설계 기업에 밑그림 격인 ‘설계자산(IP)’을 제공하는 Arm의 사업 범위를 설계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rm의 IP를 활용해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마벨은 이런 손 회장의 그림을 완성해줄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3월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암페어컴퓨팅을 인수했고 8월에는 인텔에 2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반도체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에선 두 회사의 M&A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마벨의 지난 5일 기준 시가총액은 800억9000만달러로, 손 회장이 손에 넣으면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 딜이 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