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무효되나…美 보수 대법관 3명도 문제 제기

입력 2025-11-06 17:47
수정 2025-11-07 01:01

미국 연방대법관 일부가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개시한 대법원 심리에서다. 진보 성향 대법관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중에서도 이런 의문이 나왔다. 대법원이 상호관세가 무효라고 판결하면 한국에 매긴 15% 상호관세도 사라질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은 이르면 수주 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세금 vs 규제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기업과 민주당 성향 12개 주(州)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심리했다. 세 시간 넘게 이뤄진 심리에서 핵심 쟁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적용한 상호관세의 정당성 여부였다. 원고는 관세는 세금이며 과세는 의회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측은 상호관세는 규제이며 관세 부과는 합법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는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변론에서 관세는 세금이 아니며 관세 수입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관세가 소비자에게 미국산 제품을 소비하도록 하고 미국 제조업을 재건할 것이며, 중국 같은 외국 세력이 펜타닐(합성마약)이나 희토류 문제에서 행동을 바꾸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과세 권한은 언제나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관세를 세금으로 보느냐, 규제로 보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임명 대법관도 회의적일부 법관은 상호관세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을 준다고 지적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에 대해 “어떤 나라의 모든 제품에, 어떤 금액으로, 얼마 동안이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것이 대통령 권한을 넘는 것이 아닌지 질문했다. 보수 대법관으로서 이번 판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정부에 이 조치가 동맹국인 스페인이나 프랑스에까지 적용된 이유를 설명하라며 “모든 나라에 상호관세를 적용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따졌다.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임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은 관세 권한이 위임되면 “실질적으로, 현실세계에서 의회가 그 권한을 결코 되찾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는 입법부에서 행정부로 권력이 지속적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보수 성향 대법관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기 전 세계에 부과된 10% 관세를 언급하며 이것이 트럼프 정부에 “좋은 사례”라고 인정했다. 비상 상황을 다루는 법령에서 아예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는 허용하면서 덜 극단적인 도구인 관세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도넛 구멍을 만든다”고 했다. ◇이르면 연내 결론 날 수도대법관들은 이번 판결이 낳을 파장에 대해 현실적인 고려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배럿 대법관은 관세를 환급하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물으면서 이 절차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될 가능성을 염려했다. 보수 성향인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도 법원이 관세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할 경우 이를 환급받으려는 소송이 잇따르고 “이해가 걸린 금액이 최대 1조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총 9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보수 6 대 진보 3’ 구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정당하다’고 인정받으려면 이 중 5명 이상이 손을 들어줘야 한다. 그동안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많았다. 하지만 보수 대법관 세 명이 상호관세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번 재판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변론을 방청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했다.

통상 판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이번 소송은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이르면 수주 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력화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플랜B’를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품목관세 근거를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을 이용해 결과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보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