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방송 송출을 중단한 가운데 민간에서 주도한 대북인터넷방송(KIS)이 출범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 국제 정세와 한국의 탈북민 지원정책 등의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KIS는 6일 국내외 정치적 환경 변화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고립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대북 방송 매체로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KIS는 스마트폰 앱과,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는 물론 중국 콰이서우(快手), 더우인(틱톡의 중국 내 버전), 러시아의 OK, VK 등 주요국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내보낸다.
방송 프로그램은 국내외 탈북민 관련 정책과 지원 정보,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로 전하는 북한 이슈 브리핑, 남북한 문화예술 소개 등 코너로 구성된다. 다만 현재는 북한 주민들 대부분이 인터넷을 이용하기 어려운 탓에 북한의 재외공관 종사자와 해외 유학생, 파견 노동자 등을 겨냥한 방송이 이뤄질 될 전망이다.
민간 주도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들의 정보 단절을 막기 위해 설립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국가정보원의 대북 라디오·TV 방송과 군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중단했다. 앞서 미국도 지난 3월 북한의 실상을 보도하는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을 끊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정지출 감축을 위해 이들 기관의 기능을 최소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초대 KIS 대표를 맡은 '탈북민 1호 변호사' 이영현 대표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를 알리고 독재로부터 구하는 일은 계속되야 한다"면서 "한·미 정부가 외면한 북한 주민의 정보 생명줄을 우리가 이곳 대한민국에서 다시 복구할 것"이라고 밝혔다.KIS는 오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행사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신영무 대한변협 인권재단 이사장, 칼 거쉬만 전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 회장, 그랙 스칼라튜 미국북한인권 위원회 사무총장, 이시미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대표 등이 축사를 할 예정이다.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장, 박석길 LiNK 한국지부 공동대표, 김강 전 주 러시아 북한외교대표부 부대표 등은 패널 토론에 참여한다.
KIS는 출범식과 함께 전 세계 약 40여 개국 북한대사관과 영사관에 행사 세부 포스터와 소개자료를 발송할 예정이다. 정성진 KIS 초대 이사장은 “북한 주민들이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보편적 가치와 삶,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누리도록 돕는 것이 KIS의 명확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