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찻잎을 처음 발견해 약용으로 이용한 건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고대의학서 <신농본초경>에 ‘신농상백초 일우칠십이독 득차해지(神農嘗百草, 日遇七十二毒, 得茶解之)’란 기록이 있다. 농업과 의약을 관장하는 신, 신농씨(神農氏)가 온몸에 독이 퍼져 고통에 시달리다가 우연히 찻잎을 씹어 먹은 후 해독이 되고 정신이 맑아졌다는 이야기다.
전국시대 명의인 편작의 아버지는 8만4000개의 약방문을 알고 있었는데, 그가 죽을 때 6만2000개는 아들 편작에게 전수하고 나머지 2만2000개는 사후 무덤에 자란 차나무로 알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말하자면 차는 기호식품이라기보다 일종의 약 처방의 비방이었다.
차는 차츰 약용에서 식용으로 발전했다. 윈난성 지눠족은 찻잎을 무쳐 반찬으로 만들어 먹었다. 이를 ‘량반차채’라고 하는데, 찬밥에 차나물 반찬이란 뜻이다. 차를 끓여서 다른 곡식이나 소, 양의 젖과 합쳐 죽으로 만든 형태다.
청나라가 전국시대를 통일한 이후로는 음용의 시기가 왔다. 당시 노예매매계약서인 ‘동약(?約)’에도 노예가 해야 할 일 중 ‘매일 차를 우릴 것, 멀리 무양까지 가서 차를 사올 것, 차 도구를 정성스레 관리할 것’ 등이 적혀 있다. 위진남북조시대까지 차는 귀족계급이 마시는 기호음료였으나 당나라 땐 차를 마시는 풍조가 대중화되면서 길거리 곳곳에 찻집들이 생겨났다.
차 문화는 송대에 와서 더욱 화려한 문화로 발전했다. 송의 차 문화는 중국 역사상 절정이었다. 황실이 음다문화를 주도하면서 차와 관련한 문화와 놀이가 대중의 일상으로 급속히 번져 나갔다. 문인들은 찻자리에 거문고, 바둑, 글, 그림, 책을 갖추고 차의 문화적 품격을 한껏 높였다. 특히 송대에는 점차법(點茶法)이 유행했는데,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 말차가 됐다. 덩어리차(단차)를 곱게 가루내 뜨거운 물을 붓고 차선으로 격불해 하얀 거품이 찻잔 가득 수북이 올라와 봉긋하게 머물러 있게 한 뒤 차를 부드럽게 마시는 방법. 정교한 점다 기예를 겨루는 ‘투차(鬪茶)’놀이가 크게 유행할 정도였다. 찻잔의 거품 위에 붓으로 찻물을 찍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서 감상하는 ‘차백희(茶百?)’라는 놀이도 있었다. 지금의 ‘라테아트’가 이미 송대 초에 있었던 것이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차농의 과다한 노동을 줄이고 국고 낭비를 막기 위해 단차폐지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산차(잎차)를 우려 마시는 ‘포다법’이 시작돼 대중화를 이끌었다. 청나라의 경제 부흥 시기 차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다시 일어났다. 차 도구의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도자기가 발달하고, 차의 품종도 다양해졌다. 중국의 고급 차들은 도자기와 함께 유럽으로 건너가 서양의 고급 살롱문화를 이끌었다. 왕과 귀족에게 ‘동방에서 건너온 신비한 음료’였던 차는 두 번의 전쟁도 일으켰다. 미국의 독립운동을 촉발한 ‘보스턴 차 사건’, 그리고 중국이 서양열국의 침략을 받아 개항하게 된 ‘아편전쟁’이다.
중국차는 1966년 문화대혁명으로 변화를 겪는다. 마오쩌둥이 차 문화를 자본주의적, 봉건적 요소로 간주해 전국적으로 차와 관련된 행사를 금지한 것. 차 도구의 사용도 억제해 한동안 차 문화가 자취를 감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는 전통 차 문화를 되찾고자 하는 붐이 일어나고 있다. 베이징엔 전통차관이 다시 살아나고 차예(茶藝) 공연이 문화행사에 자주 등장한다. 대익차관, 장일원, 천복명차 등 차 상점에서 중국 6대 차류를 쉽게 마시고 살 수 있다. 상업금융 중심가인 궈마오의 주예(煮?)차관에서는 젊은이들이 세련된 공간에서 복고풍 차를 삼삼오오 즐겨 마신다. 송대 점차와 차백희도 체험할 수 있다.
요즘 트렌드의 핵심은 ‘나이차(?茶)’다. 나이차는 중국에서 건너간 홍차를 영국에서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시던 밀크티였는데, 홍콩을 통해 다시 중국으로 들어왔다. 나이차는 젊은 여성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로 각광 받으며 여러 브랜드가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나이차 차점 ‘희차(HEYTEA)’는 광둥에서 처음 개점했는데, 쇼핑 메카인 베이징 싼리툰 개점 당시 송대의 전통 방법으로 청동 솥단지에 차를 끓여서 제공해 주목받았다. 후난성 창사에서 시작된 ‘차안열색’은 독특한 생차, 생우유, 크림의 조합으로 인기다. 인플루언서들이 이 한 잔의 음료를 맛보기 위해 고속철도와 비행기를 타고 창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나이차점은 ‘패왕차희(CHAGEE)’다. 30대 청년 창업자가 윈난성 쿤밍에서 시작해 8년 만에 나스닥시장에 상장했고, 현재 전 세계에 6000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 경극 ‘패왕별희’에서 영감을 받아 로고를 만들었고, 디자인이 화려하다. ‘백아절현’과 같은 문학적 메뉴명도 특징. 중국의 차 문화는 일반음료로 확장돼 편의점 등의 진열장에서 백차, 녹차, 우롱차, 보이차 계열의 음료가 불티나게 팔린다. 역사 속 중국과 세계를 그토록 열광하게 한 차는 다시 현대의 중국 청년들에게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흔한 일)’다.
베이징=박종영 아르떼 칼럼니스트·한중연문화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