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감정까지 이해하는 시대, 기술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6일 '글로벌인재포럼 2025'의 'AI가 감정을 이해하는 시대, 사람을 위한 기술' 세션에서 학계와 산업계, 비영리재단 전문가들이 '사람을 위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 발표자로 나선 이지영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AI 확산으로 사람 간 유대의 끈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메시지·이모지 중심의 얕은 연결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깊은 대화와 친밀한 관계에 투자하는 시간은 줄었다"며 "AI는 사용자의 욕구에 즉각 반응하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대화 방식을 강화할 위험이 크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간이 AI에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감성지능(EQ) 교육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AI의 공감은 정교해 보이지만 진정성의 체험은 인간만의 것"이라며 "기술이 커질수록 사회적 유대와 정서 조절력을 기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피지컬 AI 기술 개발 기업인 마음AI의 유태준 대표는 "앞으로의 승부처는 'VLA(비전?언어?액션)'와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터"라며 "가상공간에서 학습해 실증 테스트를 거쳐 현장에 투입하는 식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기업과 국가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현실 공간에서 인간의 감정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 지능 개발이 중요하다"며 "반도체·제조·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모두 갖춘 한국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충분히 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의 방향이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조현식 사단법인 온기 대표는 전국 100여 곳에 설치된 ‘온기 우편함’을 통해 익명으로 접수된 고민에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는 정서지원 활동을 소개했다. 조 대표는 "AI 시대일수록 느린 소통과 불완전한 손글씨 같은 인간 고유의 흔적이 진짜 위로가 된다"며 "어떤 기술이냐보다 어디를 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