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작품이 되는 나라. ‘나 혹시 사진에 소질있는 것 아니야?’ 하는 즐거운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나라. 스위스의 브리엔츠, 튠, 콘스탄스 호수는 여행자를 이런 즐거운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만년설이 쌓인 스위스의 산은 곳곳에서 웅장함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그만큼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폭포와 호수다. 산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우리를 또 다른 방식으로 경탄하게 만든다.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열차 안, 약속이나 한 듯 승객들의 탄성이 터진다. 에메랄드빛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브리엔츠 호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 독특한 빛깔은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덕분이다.
이 장관을 좀 더 가까이서 즐기고 싶다면 크루즈를 이용하면 된다. ‘크루즈’라는 이름이 거창하지만, 레스토랑을 구비한 배를 의미한다. 간단히 식음료를 판매하는 배, 본격적인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배까지 코스별·금액별로 다양한 종류의 크루즈를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은 호숫가 마을 주민들의 이동을 돕는 공공 교통의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유람을 즐길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 등반의 거점이 되는 인터라켄에서는 튠 호수로 향하는 크루즈를 이용할 수 있다. 튠 호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면적과 맞먹는 거대한 호수다. 두 시간여의 크루즈를 이용하는 동안 슈피츠, 시그리스빌, 베아텐베르그 등 아기자기한 호숫가 마을을 돌아보게 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들이 점점이 펼쳐진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레스토랑 칸을 이용하면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튠 호수 크루즈의 특선은 ‘핫 스톤’ 스테이크. 뜨겁게 달궈진 돌판 위에 소고기나 연어가 올려져 나오는데, 잔열 덕분에 식사 내내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주류로는 지역 양조장의 와인과 맥주 등을 다양하게 갖춰놓아 갑판에서 와인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튠 호수가 장대한 풍경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라인강은 아담하고 호젓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샤프하우젠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콘스탄스 호수로 향하는 물길을 따라간다.
강폭이 100m 정도로 넓지 않아 주변의 정겨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운행 중에는 ‘스위스의 아마존’이라는 별명을 가진 울창한 숲 구간도 지난다. 실제 아마존과 비교하면 아담하지만, 계절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울창하다.
언덕 위에 펼쳐진 포도밭, 강을 유영하는 백조, 강 유역에서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배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어주는 이들은 크루즈 여행을 다정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만들어준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